온라인으로 제 2의 혁신
로봇이 맞춤형 파운데이션 ‘베이스 피커’를 만들고 있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제공

로봇이 맞춤형 파운데이션 ‘베이스 피커’를 만들고 있는 모습. 아모레퍼시픽 제공

아모레퍼시픽이 이뤄낸 첫 유통 혁신의 역사는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모레퍼시픽(당시 태평양화학공업)이 처음 ‘방판(방문판매)’을 시작한 해다. ‘아모레 아줌마’로 불리던 방문판매원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화장품을 판매한 이 제도는 이·미용업소, 약국 등 지정판매소를 통해 화장품을 팔던 당시에는 유통 혁명이었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지난 지금 아모레퍼시픽은 다시 한 번 유통 혁신에 도전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다. 아모레퍼시픽 입장에서 온라인 전환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국내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이 오프라인 중심 시장에서 성공하는 공식은 간단했다. 제품을 잘 만들고, 유명 모델을 고용한 뒤 TV 광고를 내보내는 것. 제품을 아모레퍼시픽만큼이나 잘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없었고, 유명 모델로 광고할 수 있는 자금력도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뛰어났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판매 채널이 아모레퍼시픽의 통제 아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아모레퍼시픽 못지않은 수준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유명 모델을 쓴 TV 광고는 힘을 잃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아리따움 등 오프라인 화장품 매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신선식품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더라도 화장품은 매장에서 발라보고 산다던 주부들마저 온라인 시장으로 넘어갔다. 아모레퍼시픽이 오프라인 시장을 뒤로한 채 온라인 전환을 서두른 이유다.

아모레퍼시픽은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랫폼과의 협업도 망설이지 않았다. 올 들어서만 G마켓과 롯데온, SSG닷컴, 11번가 등과 연이어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JBP)을 맺었다.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아모레퍼시픽의 통합 멤버십 뷰티포인트를 쌓아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가격 주도권을 빼앗기고, 소비자 데이터를 잃을까 봐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망설이는 다른 화장품 업체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눈에 띄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채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네이버를 통해선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매출을 7배 이상 키웠다. 전용 상품을 개발, 쿠팡과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선보인 것도 소비자에게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온라인과 홈쇼핑)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시장 ‘반전 드라마’는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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