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성장률 4% 수준…물가는 전망 웃돌아 당분간 2%대 중반"
이주열 총재 "경기 흐름 예상대로 가면 11월 인상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재 연 0.7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진단한 만큼, 다음 달 회의에서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까지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더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 금통위 "물가 오름세 예상…통화정책 완화 정도 적절히 조정"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수출과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민간소비가 백신 접종에 따른 경제활동 확대, 추경(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월에 전망한 대로 4%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해 당분간 2%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다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며 "근원인플레이션(농산물·석유류 제외)율은 대체로 1%대 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통위는 종합적으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 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 향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금통위는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에 일단 동결로 '숨고르기'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작년 3월과 5월 두 차례 인하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1.25%→0.5%)까지 낮췄다가 지난 8월 26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다.

그동안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부작용으로 가계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이 심해지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도 커진 데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금통위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연속 인상을 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4차 유행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불안과 변동성이 매우 커진 증시 등을 고려해 일단 다음 달 회의까지 추가 인상을 미룬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기준금리 동결…물가상승 등에 다음달 인상할 듯(종합3보)
한은, 기준금리 동결…물가상승 등에 다음달 인상할 듯(종합3보)
지난달 30일 발표된 '산업활동 동향'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4차 유행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8월 생산, 소비, 투자가 석 달 만에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액 지수가 각 0.6%, 0.8% 줄어드는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뚜렷했다.

코스피는 지난 1일, 5일, 6일 3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져 올해 들어 가장 낮은 2,908.31까지 추락했다.

3일새 사라진 시가총액만 117조원에 이른다.

이날 금통위에 앞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8월 산업활동동향 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고, 9월에도 좋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금통위가 이번 회의에서 무리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통위가) 8월에 이어 잇따라 올리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경기지표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증시가 미국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와 중국 헝다 사태 등이 겹쳐 매우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통위도 이날 의결문에서 "국제금융시장 등에 영향을 받아 장기 시장금리와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주가는 상당폭 하락했다"며 최근 불안한 금융시장 상황을 언급했다.

이날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0.00∼0.25%)와 격차는 0.5∼0.75%포인트로 유지됐다.

◇ 이 총재 "8월 한차례 인상만으로 정책 효과 가시화 어려워"
하지만 한달 미뤄졌을 뿐, 11월에는 결국 금통위가 다시 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비롯한 이른바 '금융불균형' 문제를 방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 회의(11월)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예상보다 강한 물가 상승세를 지목했다.

이 총재는 물가 대응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유가를 비롯해 높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되거나 더 높아지면, 유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 수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개월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라고 답했다.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 등의 금융불균형 누적 문제도 다시 거론됐다.

이 총재는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실질 기준금리, 금융상황지수 등 지표로 본 금융 여건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한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정책 효과가 가시화 하기는 어려운 만큼 통화정책도 대응할 뿐 아니라 금융불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건전성 정책(대출 규제 등)이나 주택 정책 등도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현재 물가 상승세가 거세기 때문에, 유동성 회수가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이 총량 규제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