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가구를 직접 픽업해갈 수 있는 GS칼텍스 주유소 전경.  GS칼텍스 제공
이케아 가구를 직접 픽업해갈 수 있는 GS칼텍스 주유소 전경. GS칼텍스 제공
전동킥보드를 타고 출발해 인근 ‘미래형’ 주유소에 들른다. 전동킥보드를 주유소에 주차한 뒤 가방에 넣어온 물건을 지인에게 보내기 위해 ‘주유소 드론 물류서비스’를 이용한다. 주유소에서 충전 중이던 드론이 비행하는 모습을 보며 주유소에 입점해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커피를 들고, 주유소에 주차된 수소 공유차량으로 환승해 회사에 도착한다.

전기·수소차 충전소 인프라 확대

5~10년 안에 만나게 될 일상의 모습이다. 정유업의 거점 역할을 해온 주유소가 모빌리티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변모하면서 일상생활을 바꿔 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유소는 교통 요지에 있을뿐더러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국내 정유업체 ‘빅4’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및 친환경 자동차 확산 흐름에 따라 기존 주유소를 전기·수소차 충전이 가능한 복합에너지 충전소로 전환하고 태양광, 공유 모빌리티, 물류 서비스 등 신사업과 결합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11일 기준 국내 빅4 정유사는 전국에 155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GS칼텍스 73개, SK이노베이션 37개, 에쓰오일 25개, 현대오일뱅크 20개 등이다. 수소차 충전소는 현대오일뱅크가 6개를 보유하고 있어 국내 빅4 중 가장 많다. 전기차·수소차 인프라 구축 작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23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200대, 2030년까지 수소차 충전소 180개를 확보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2025년까지 버스·트럭 수소 충전소도 35개 이상 구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제조공정 중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부생수소 3만t을 SK E&S에 공급하고 SK E&S는 이를 고순도 수소로 정제한 뒤 주유소와 화물트럭 휴게소 등에서 차량용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GS칼텍스는 휘발유, 경유, 전기, 수소 모두 공급이 가능한 3305㎡ 규모의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손잡고 2024년까지 연 1만t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도 짓는다. 액화수소 1만t은 수소차 8만 대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주유소에서 태양광 발전

주유소를 신사업의 거점으로 삼는 사례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 중 최초로 태양광 발전사업에 나섰다. 주유소 20개 등의 부지를 활용해 2.3㎿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주유소를 거점으로 드론 물류배송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케아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주유소를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가구 픽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케아는 소비자가 선택한 거주지 근처의 GS칼텍스 주유소로 가구를 배송하고, 소비자는 주유소를 방문해 상품을 받는 방식이다. 여기에 공유 모빌리티 사업, 드론·전동킥보드 급속 충전 사업도 결합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내 편의서비스 시설을 아우르는 브랜드 블루픽을 내세워 수제맥주, 핫도그 등을 제공한다. 자동차 시장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자 기존 주유소를 이들을 겨냥한 복합 서비스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설명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7월 팝아트 디자인을 적용한 ‘전당앞주유소’를 선보였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맞은편에 포르쉐 전기차 전용 급속충전시설 등을 갖췄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