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초비상이다. 전력난에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생산 차질을 빚게 된 것. 하반기 회복 조짐을 보이던 중국 경제에 악재가 터지면서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사태가 악화하면 전 세계로 공급 충격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 등 중국 20개 성(省)급 행정구역의 '산업용 전기'를 제한해 송전하고 있다. 이 지역 중국 공장 대부분은 전기가 없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이 제한된 상태다.

지금까지는 산업용 전기 중심의 공급 제한이 이뤄진 탓에 주민들이 느끼는 불편은 비교적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랴오닝성의 성도(省都)인 선양시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전력 사정이 나쁜 일부 지역의 '일반 전기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고,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랴오닝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최근 정전으로 촛불을 켜 놓고 장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조선(북한)에서나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고 한탄하며 자신의 처지를 영상으로 담아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올렸다.

문제는 산업용 전력 공급이 제한된 20개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이 중국 전체의 66%에 달한다는 것이다. 광둥성·저장성·장쑤성 3개 성만 합쳐도 중국 전체 경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 주요 지역에서 생산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최근 빠른 속도로 커졌다. 특히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 반도체 부족 사태, 헝다그룹 이슈 등 대형 악재가 복합적으로 터진 상황에서 전력 대란이라는 악재가 추가돼 회복 동력은 더욱 약화됐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나선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8.2%에서 7.8%로 수정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8.2%에서 7.7%로 내렸다.

물론 7%대 성장률은 객관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4년 만의 최저치인 2.2%를 기록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년 수준의 경제 성장률을 회복하려면 최소 7%대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주요 경제 지표들도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힘을 잃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9월부터 본격화한 전력난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작년 2월 이후 최저치다. 50 밑으로 떨어지면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보면 된다.

지난 8월 산업생산 증가율(5.3%)도 작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내 코로나19 충격이 한창이던 수준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력난 사태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서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8일 "중국의 에너지 위기가 아이폰에서부터 우유에 이르는 모든 것을 강타하고 있다"며 "중국의 에너지 경색 사태로 인한 충격은 도요타 자동차, 호주의 양 사육 농가, 포장용 골판지 상자 제조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한국은 중국 무역의존도가 높아 다른 국가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대만과 한국과 같은 (중국과 교역이 많은) 이웃들은 민감하다"며 "호주나 칠레와 같은 금속 수출국들과 독일 같은 핵심 무역 상대도 특히 중국 경제의 약화에 따른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