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대로 하면 2030년 전체 국토에서 서울 면적의 1.1배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야 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금부터 8년여간 새롭게 깔아야 하는 태양광 패널도 서울 면적의 70%를 웃돌 것으로 분석됐다. 각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배제하고 탄소중립 계획을 짜는 바람에 이처럼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대로 2030년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40% 줄이고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높이려면 신재생에너지 설비는 88GW가 필요할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가 지난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 비중을 58% 정도로 잡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태양광 설비 용량은 신재생에너지 88GW 중 51.4GW가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1GW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데 13.2㎢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30년엔 678.5㎢의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야 정부 계획대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1.1배를 웃도는 규모다. 현재 태양광 설비가 17.9GW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8년간 33.5GW의 태양광 설비 증설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 부지는 443.5㎢로 서울 면적의 73%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은 지난 8월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태양광 모듈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기존 건물을 활용하면 설치 면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는 윤 위원장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 모듈 등 고효율 태양광 설비 기술은 아직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서다. 고효율 태양광 패널이 상용화되더라도 효율성 개선은 20%대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설비 면적 축소를 이뤄내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속도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대로 2050년이면 서울 면적 5배 '태양광'…산업계 "무리한 정책"

에너지업계는 지나치게 빠른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국토 황폐화, 전기료 인상, 전기 수급 불안정 등 각종 부작용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 채택이 유력시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3안은 2050년 신재생발전량을 1235.3TWh로 전망한다. 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신재생발전 설비가 최소 510GW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재생 설비의 절반이 태양광으로 구성된다고 치더라도 전 국토(10만6205㎢)의 3%, 서울 면적의 다섯 배 넘는 부지가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야 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잠재량을 76GW나 초과하는 엉터리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발간한 ‘2020 신재생에너지백서’에 따르면 태양광(369GW)과 풍력(65GW)발전 설비의 시장잠재량은 434GW로 계산됐다. 시장잠재량은 국토 면적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최대치로 확장할 수 있는 설비량을 의미한다.

정부는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신재생 비중을 60~70%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2050년까지 신재생 비중을 70%까지 늘리는 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에너지업계는 산지와 농지를 황폐화하면서 태양광을 늘리는 정책이 한계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을 근거로 탄소 감축 및 신재생 확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과도하게 상향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신재생 확대 방안이 나왔다”며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