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도 온라인서 파는데…현대차 노조는 "캐스퍼도 안돼"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가 온라인을 통한 차량 판매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시대 시간, 장소에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편리한 구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반면 앞서 온라인 판매로 돌풍을 일으킨 현대자동차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는 난관을 만났다. 현대차 노동조합이 또다시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반대하고 나섰다.

벤츠는 온라인 판매 채널 ‘메르세데스 온라인샵’에서 차량 판매를 시작한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달 온라인샵을 열고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 벤츠는 이번에 신차 부문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벤츠는 내년에 서비스 상품도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소비자는 온라인샵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차량 정보를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다. 향후 온라인샵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전용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온라인 판매는 이미 대세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으로만 차량을 판매한다.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 9월까지 국내에서만 1만6288대를 판매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9% 급증했다. 테슬라는 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수입차 업계가 온라인 전용으로 내놓은 모델들은 출시 직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BMW그룹 미니(MINI)가 지난달 온라인 판매 채널 ‘미니 숍 온라인’을 통해 출시한 ‘쿠퍼 3-도어 젠 Z 에디션’은 150대 한정 판매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온라인 판매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기아는 지난 3월 말 전기차 EV6 온라인 사전예약을 시작했다가 40여 일 만에 예약 대수가 3만 대를 넘어서자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 올해 생산 목표인 1만3000대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처음 위탁 생산한 캐스퍼는 온라인 사전계약 첫날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차 중 가장 많은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사전계약 첫날 1만8940대가 계약됐다. GGM의 연내 생산 계획인 1만2000대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홈페이지가 멈출 정도로 신청이 몰렸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를 반대하고 나섰다. 노조 판매위원회는 지난달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캐스퍼 온라인 판매 저지를 결의했다. 캐스퍼가 성공함에 따라 온라인 판매 차종이 확대되면 밥그릇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게 반대 이유다.

현대차는 캐스퍼 외 온라인 판매 계획은 현재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온라인 판매 채널 ‘클릭 투 바이’를 세계 주요 시장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노조 반대 등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소비자 후생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