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팩 대신 보랭제 역할을 하는 동원F&B의 얼린 생수.  /동원F&B 제공
아이스팩 대신 보랭제 역할을 하는 동원F&B의 얼린 생수. /동원F&B 제공
식품·유통업체들의 배송 경쟁이 ‘속도’에서 ‘친환경’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벽배송의 일상화로 배송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배송의 친환경성을 고려하기 시작하면서다. 온라인 구매가 크게 늘어나면서 배송용 종이상자와 아이스팩의 친환경 여부도 구매 결정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F&B는 지난해부터 신선식품을 배송할 때 아이스팩 대신 얼린 생수를 보랭제로 사용하고 있다. 기존 아이스팩에 들어 있는 고흡수성 폴리머(SAP)는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물에 녹지 않고, 하수 처리 시설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세 플라스틱 대신 물을 넣어 얼린 아이스팩을 친환경 대체품으로 사용했지만 이 역시 얼음이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 처리하기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꽁꽁 얼린 500mL 생수를 아이스팩 대신 사용하면 환경오염 방지는 물론 아이스팩을 처리해야 하는 소비자의 수고를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보랭제로 사용하는 생수병은 페트병 무게를 기존 제품에 비해 12.9% 줄이고, 라벨도 쉽게 뗄 수 있도록 제작했다. 동원F&B는 지금까지 약 1000만 개의 아이스팩을 얼린 생수로 대체했다.

동원F&B 관계자는 “생수를 보랭제로 쓰는 게 비용은 더 들지만 친환경적이고, 고객 반응도 좋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SG닷컴이 도입한 ‘에코 아이스팩’도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에코 아이스팩에는 광합성 미생물이 들어 있어 포장지를 찢어 내용물을 하수구에 버리면 오수 정화 효과를 낸다. 화분에 뿌리면 식물 생장을 촉진하는 영양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배송받을 때마다 쌓이는 종이상자를 분리수거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보랭백을 도입하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쿠팡 로켓프레시와 SSG닷컴에 이어 마켓컬리도 보랭백 ‘퍼플 박스’를 이용한 배송 서비스를 올여름부터 정식으로 시작했다. 마켓컬리는 컬리의 보랭백이 아니더라도 소비자가 갖고 있는 보랭백을 문 밖에 내놓으면 종이상자 대신 그곳에 신선식품을 담아주는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퍼플 박스를 이용한 주문량은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던 지난 5월에 비해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