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는 ‘느림의 미학’을 품은 요리다. 바비큐의 기본 원칙은 슬로 앤드 로(slow & low). 불을 이용해 직접 굽는 대신 간접 열을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조리한다. 고기에 훈연향을 제대로 입히려면 10시간은 기본이다. 고기 마니아들에게 바비큐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종착지다. 고기에 진하게 밴 훈연향. 그 매력에 빠지면 직화로 구운 고기가 더 이상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기다림의 맛…육즙이 Cook 터진다

○질긴 부위도 연하게

바비큐(barbecue)의 어원인 ‘barbacoa’는 스페인어로 장작불을 뜻한다. 바비큐는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이 조리하던 방식에서 시작됐다.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고기를 익히는 직화 대신 낮은 온도에서 훈연해 조리하면 질긴 부위도 연해진다. 바비큐의 맛은 훈연에 사용하는 나무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참나무, 사과나무, 히코리나무 등을 주로 쓴다.

대표적인 미국식 바비큐 요리는 ‘풀드포크(pulled pork)’다. 풀드포크는 돼지고기 앞다리나 목심 등 큰 덩어리 부위를 사용한다. 오랜 시간 익혀 부드러워진 덩어리 고기를 손으로 결대로 잡아당기듯(pulled) 찢어 만들어 풀드포크라는 이름이 붙었다. 생김새는 장조림과 비슷하다. 촉촉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매력이다. 보통 소스에 버무린 뒤 빵 사이에 넣어 샌드위치나 버거로 만들어 먹거나 나초, 토르티야 등과 곁들여 먹는다.

‘브리스킷’은 풀드포크와 함께 대중적인 바비큐 요리 중 하나로 꼽힌다. 브리스킷은 소고기의 가슴 부위인 양지머리를 뜻하는 말로, 양지머리로 만든 바비큐 요리를 브리스킷이라고 부른다. 양지머리는 소가 서 있거나 이동할 때 체중의 약 60%를 지탱하는 부위로 근육량이 많다. 기름기가 없기 때문에 구우면 질겨져 한국에선 주로 국거리나 장조림용으로 쓴다. 양지머리로 바비큐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브리스킷은 길게 썰어 소스와 곁들여 부드러운 육질을 느끼며 먹거나 풀드포크와 마찬가지로 빵 사이에 넣어 먹는다.

○정통 바비큐가 궁금하다면 이태원으로

집에서 직접 바비큐를 조리하기 어렵다면 서울 이태원에서 미국 텍사스식 정통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녹사평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매니멀스모크하우스’는 요즘 뜨는 바비큐 맛집이다. 매니멀스모크하우스에 들어서면 입구에서부터 진한 바비큐 향이 느껴진다. 입구에 마련된 바비큐룸에서 참나무 장작을 이용해 오랜 시간 훈연해 바비큐를 만든다. 커피를 주원료로 직접 개발한 양념을 사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밖에 작곡가 돈스파이크가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로우앤슬로우’와 ‘라이너스바베큐’, ‘로코스 비비큐’ 등이 이태원의 대표적인 바비큐 맛집으로 꼽힌다.

서울 남영동에 있는 ‘유용욱바베큐연구소’는 테이블을 하나만 놓고 운영하는 바비큐 오마카세(맡김차림) 전문점이다.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겨우 방문할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의 단골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성수동 ‘문츠 바베큐’도 바비큐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완조리된 바비큐를 진공포장 상태로 배송해주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집에서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훈연향을 가득 머금은 바비큐를 맛볼 수 있다. 마켓컬리에서는 식물성 대체육으로 조리한 바비큐도 판매한다. ‘언리미트 풀드바비큐’다. 대두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밀단백 등으로 풀드포크와 비슷한 식감을 살렸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