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발전회사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비율을 2026년까지 25%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9%인 RPS 비율이 애초 내년 이후로는 10%로 유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따라 RPS 비율이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RPS 비율 확대는 고스란히 발전회사의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문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태양광 배 불리는 RPS 비율 상향

신재생 RPS 비율 2026년 25%로…전기요금 계속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6일 RPS 비율을 이같이 높이는 내용의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다음달 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RPS는 500㎿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 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RPS 제도는 2012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계획에 따라 RPS 비율은 2012년 2%에서 올해 9%까지 점진적으로 올랐다. 이 비율은 내년 이후로는 10%로 유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RPS 비율은 10%에서 12.5%로 뛴다. 2023년은 14.5%, 2024년 17%, 2025년 20.5%, 2026년 이후로는 25%가 적용된다.

그동안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들은 RPS 비율을 채우기 위해 실제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직접 늘리기보다 태양광 발전회사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RPS 비율을 채워왔다. 이에 RPS 비율을 상향 조정하면 REC를 사야 하는 대형 발전회사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게 되고, 전력 생산과 동시에 REC를 판매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는 돈을 더 번다.

업계 일각에선 정부가 RPS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해 태양광 보급 속도를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태양광 사업자 사이에선 REC 가격 하락으로 인한 강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h당 REC 현물가격은 지난 5일 종가 기준 3만1900원으로, 3년 전인 2018년 10월 4일 8만3500원에 비해 61.8% 하락했다. 태양광 사업자의 수익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이번 조치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손익구조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하지만 각 발전회사의 RPS 관련 비용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RPS 관련 비용은 2016년 1조4104억원에서 지난해 2조2470억원으로 4년 새 59.3%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상반기까지 이미 1조6773억원이 RPS 관련 비용으로 쓰였다.

2012년 이후 올해까지 매년 0.5~1%포인트 정도씩 RPS 비율이 높아졌는데도 수조원의 비용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한전의 비용 부담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내년부터 2026년까지 RPS 비율이 연평균 3%포인트씩 증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급격히 증가하는 대형 발전회사의 비용 부담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RPS 비율의 급격한 상향 조정으로 인해 REC 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유 등 발전연료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RPS 요인까지 겹치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REC 가격이 워낙 하락한 상황이고 장기적으로 기술개발에 따라 발전 단가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발전회사가 체감하는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또 이번 RPS 비율 조정에 따른 발전회사의 추가 비용 부담액은 별도로 추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