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카드팩토리’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로봇 ‘빌리’.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 ‘카드팩토리’에서 근무하는 바리스타 로봇 ‘빌리’. /현대카드 제공
현대카드의 카드 생산 공장인 ‘카드팩토리’ 내 카페에는 ‘빌리’라는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사번은 410713이다. 빌리는 맛과 향이 좋은 수준급 커피를 만들어 내지만 고객과 대화하는 법이 없다. 빌리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면 빌리는 수분 내로 아메리카노나 카페라테 등 커피를 만들어 준다. 커피 자판기 같은 단순한 차원의 기계가 아니다. 빌리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유명 바리스타의 커피 제조 노하우를 공부해 학습한다. 빌리가 공부한 바리스타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이종훈 바리스타다.

현대카드에는 빌리 외에도 여러 로봇이 일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5년 카드팩토리를 만들 때 13대의 로봇을 카드 제조 공정에 투입했다. 2017년부턴 ‘로봇룸’을 만들어 이른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를 진행했다. 당시 30여 대에 불과하던 로봇은 현재 70여 대로 늘어났다.

현대카드 앱에선 24시간 고객과 대화하는 챗봇인 ‘버디’를 발견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2017년 금융권 최초로 자연어처리(NLP)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AI) 챗봇인 버디를 개발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로봇과 함께 일하는 것은 현대카드 직원들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상”이라고 전했다.

현대카드는 단순 신용카드사를 넘어 ‘테크 기업’으로의 업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를 고도화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 현대카드의 목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가 고객을 이해하는 열쇠로 떠올랐다는 것이 현대카드의 판단이다. 테크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현대카드는 관련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필요한 자원을 재배치하면서 공간도 새롭게 리빌딩 중이다.

현대카드가 직장 내 여러 종류의 로봇을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임직원들은 AI를 비롯해 로봇과 함께 일하며 회사의 미래 전략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