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개발·디자인 총괄할 미니 CEO 급구"
소상공인 점포에서 쓸 수 있는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을 개발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페이히어는 최근 ‘프로덕트 오너(PO)’ 한 명을 영입했다. 가맹점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객관리 서비스를 담당할 전문인력의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이다. 페이히어 관계자는 “대형 식음료 프랜차이즈에서 온라인 주문앱 서비스를 기획한 경력자가 PO로 활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PO 영입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PO는 회사 특정 제품이나 프로젝트의 기획·개발 등을 총괄하는 전문인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제품에 대한 로드맵 및 전체 일정을 관리하고, 개발·디자인 등 관계 직원들과 일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등 중요 업무를 맡기 때문에 ‘미니 최고경영자(CEO)’로 불리기도 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기업 대표가 PO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제품이 세분화되면 개별 PO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역할 때문에 정보기술(IT) 분야 벤처업계에선 앱 서비스를 기획한 경험뿐 아니라, 데이터 분석 및 프로그램 개발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하는 ‘팔방미인형’ 경력 PO 직원을 원하고 있다. 여행 중개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은 최근 PO 채용 공고를 내면서 ‘IT·모바일 제품 PO, 개발, 디자인 중 한 직종에서 최소 5년 이상 경력자’로 자격을 걸었다. 이 업체는 결제, 항공, 숙박 등 총 8개 사업 분야를 PO가 각각 나눠 사업을 이끌고 있다. 마이리얼트립 관계자는 “최근 검색 및 추천 PO와 숙박 및 교통 서비스 PO를 새로 뽑고 있다”며 “검색이나 e커머스 관련 경험이 풍부한 지원자를 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핸드메이드 마켓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백패커도 최근 PO 채용 공고를 냈다.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IT 개발자 우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PO가 새로운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면서 인문계 출신이 다시 벤처업계에서 주목받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PO는 주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동료들과 ‘스케일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회과학 및 예체능을 전공한 PO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와디즈 관계자는 “사내 두 명의 PO가 모두 비개발자 출신”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