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위험 수위…"예방상담 SNS 접근성 높여야"

무엇이 20대 여성을 절박하게 하나….급증하는 극단선택

대한민국이 가장 숨기고 싶은 통계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살률이 아닐까싶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이지만 자살률은 압도적 수치로 OECD 부동의 1위다.

세계 역사상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이자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사회에서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다.

이 불편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통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10대와 20대 젊은층, 그중에서도 20대 여성의 극단 선택 증가가 두드러진다.

젊은층의 자살 급증은 사회경제적 모순의 집약이다.

특히 20대 여성의 심리적 불안이나 절박감은 그 자체로 불행이다.

◇ 급증하는 20대 여성의 극단 선택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사망 원인 통계'의 시계열을 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전체 자살자는 1만5천566명에서 1만3천195명으로 15.2% 감소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줄었다.

하지만 2015년 이후로 시계를 좁히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 기간 전체 자살자 수는 1만3천153명에서 1만3천195명으로 별 변화가 없지만 10대는 245명에서 315명으로 28.5%, 20대는 1천87명에서 1천471명으로 35.3% 각각 늘고 30대는 1천926명에서 1천874명으로 2.6% 감소했다.

10대와 20대, 특히 20대의 자살 문제가 가장 심각함을 보여준다.

속으로 더 들어가면 이 기간 20대 남성 자살자는 709명에서 849명으로 19.7%, 20대 여성 자살자는 378명에서 622명으로 64.5%나 급증했다.

20대 여성 자살은 2010년 이후 계속 줄어 2017년엔 365명까지 내려갔으나 이후 2018년 425명으로 16.4%, 2019년엔 534명으로 25.6% 증가했고, 작년엔 16.4% 증가하며 600명 선을 넘었다.

최근 3년간 같은 연령대 남성 자살자가 741명에서 849명으로 14.5%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 폭이 압도적이다.

물론 모든 연령대의 남녀를 통틀어 20대 여성의 자살 증가율이 가장 높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 사망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성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최근 4년간 20대 여성 자살률이 계속 높아지는 경향"이라면서 "이는 코로나 이전부터 나타난 추세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가속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 왜 20대 여성은 절박한가
이는 우리 사회에서 20대 여성이 가장 절박한 상황에 몰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경제적,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위험 수위라는 의미다.

우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적 자립의 핵심인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대 여성은 남성보다 취업 기회가 적은데다 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정규 서비스업 비중이 높다.

따라서 작년 우리 사회를 강타한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계층도 20대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통계에 따르면 청년기 여성의 자살 충동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21.5%)이 가장 많았고, '실업·미취업 등 직장문제'(18.5%), 가정불화(15.6%), '외로움·고독(14.1%), 신체적·정신적 질환·장애(12.1%) 등의 순이었다.

박선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가장 기반이 약한 취약 계층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고 했다.

백종우 교수는 "20대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취업 스트레스가 심각하고, 성평등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으나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 성추행이나 폭행 등의 범죄에 노출된 이후 제대로 된 보호나 정신적 치료를 받지 못한 데 따른 트라우마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자살률을 높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여봉 강남대 교양학과(사회학) 교수는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노동시장이 가부장적이어서 같은 조건, 같은 능력일 때 남성을 선호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면서 "이렇다 보니 저임금 일자리로 밀리고 이는 경제활동이나 주거의 불안정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권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질서의 잔재가 많고, 경제적 독립이나 결혼, 육아 문제에서 젊은 여성이 직면하는 벽은 높다"면서 "그래서 더 초조하고 우울하고 무기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 "경제적·정신적 지원시스템에 대한 접근성 높여야"
20대 여성의 극단 선택 급증은 다양한 형태로 그 전조가 나타난다.

우선 우울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여성이 67만1천425명(66%)으로 남성 34만5천302명(34%)의 배 수준이었고, 연령대별로 보면 20대가 16.8%(17만987명)로 가장 많았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자료에 의하면 2019년의 경우 자해·자살 시도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사례는 모두 3만6천336건이었는데 이 가운데 20대 여성은 5천671건으로 15.6%를 차지해 남녀 다른 연령대를 압도했다.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가동하고 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신경을 쓰고 있으나 젊은층을 위한 지원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지원이나 치료의 접근성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디테일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예컨대 10대 20대 여성은 전화상담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담을 선호하는데 이런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별로 없다"고 했다.

백 교수는 "경제력이 취약한 젊은층의 경우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에 대한 치료비도 큰 부담"이라면서 "일본은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의 외래진료비를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가 환불해주는데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선영 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름대로 자살을 줄이기 위해 정신건강 등과 관련 각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복지나 의료와 관련한 다른 어려운 부분들도 많다 보니 자원이나 인력이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여전히 사회적 인식이 낮아 예방적 접근성이 높지 않다"면서 "자살의 사전 예방을 위한 경험이나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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