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ESG와 층류(層流)사회



‘미드나이트 스카이’, ‘히든 피겨스’. 주요 포털 검색창에 ‘ESG 영화’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나오는 제목이다. 많은 분야에 ESG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든다.

굳이 ESG 관련 영화를 꼽으라면 〈다운사이징〉과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그중에서도 핫샷과 추락)가 떠오른다.

영화 〈다운사이징〉은 경제적으로 보다 넉넉한 삶(의식주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을 위해 소인의 삶을 택하고 지구는 대규모 환경오염 위기에 직면하는 내용이다. 영위하고 소비하는 자원이 적기 때문에 ‘세금’ 문제의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다.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핫샷〉은 특별하지 않은 어떤 젊은이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그들이 주로 하는 일은 자전거를 타면서 세상의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자전거 페달을 통한 전기 생산은 친환경적이다). 이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 된다. 계층의 이동은 파행적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사람들로부터 얻은 평판은 곧 권력이자 사회적 혜택을 의미한다. 항공권 좌석 등급이나 대출금리 조건을 결정한다. 마치 문명과 비문명사회(혹은 교양과 야만사회)로 나뉘는 듯한 기준은 각자가 얻게 되는 별점(평판)이며, 일상의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필자는 수년 전 ‘층류사회(層流社會, Laminar Society)’라는 새로운 단어를 생각했다.

전 세계의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으며, 단기 변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저금리 기조는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혹자는 지난 700년 동안 금리는 추세적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금리는 일반적으로 할인율(비용)보다는 성장률의 대용치라고 믿기 때문에 금리가 낮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기, 물 등과 같은 기체와 액체의 흐름이 빠른 것을 난류라 하고(비행기가 비행 중 흔들린다면 난기류를 만난 것이다), 속도가 매우 느린 것을 층류(laminar flow)라고 한다. 층류에서는 층의 분리가 분명하고 층간 이동이 용이하지 않게 된다.

층류사회란 사회경제적 역동성이 떨어짐으로써 계층 간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사회다. 특히 경제적으로는 부의 양극화나 중산층의 몰락 또한 층류사회의 단면이 될 수 있다.

필자는 ESG를 연구하고 기업을 평가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ESG라는 시대의 독트린 앞에서 동료들과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다. 빠른 속도로 새롭게 등장하는 규정과 제도, 현실적인 평가 모형 개발과 개선, ESG와 기업의 성과의 관계 증명 등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ESG의 당위론과 유용성을 설법하고 다녀야 할 자리임에도 때로는 심각한 의구심과 불안감에 빠지기도 한다.

ESG가 어쩌면 세상에 선형적 사고를 강요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각종 제품과 서비스 가격은 올라가고 그 부담은 결국은 소비자들이 지게 되며, ESG가 계층의 분리에 일조하는 층류사회의 도구나 산물은 아닐까 하는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또 극단적 가정을 통해 G와 E 그리고 S의 가치 충돌 문제를 상상해본다.

ESG는 분명 세상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동시대적, 미래지향적으로 투명성을 높이는 훌륭한 의도를 지닌 패러다임일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경제 주체가 풀어나가야 할 해석과 적용 과제는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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