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발전 '돈줄' 막는 정부

환경부 "LNG 친환경 아니다"
금융사들 발전사업 투자 꺼려
환경부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대해 강도 높은 규제를 추진하면서 발전소 건립에 불똥이 튀고 있다. LNG발전을 석탄발전과 같은 분류로 묶어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서 제외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영국과 중국의 사례처럼 에너지 공백에 따른 전력대란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상한 녹색분류체계…"탄소 발생한다고 LNG도 석탄 취급"

3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통영 LNG발전 사업을 추진하는 통영에코파워에 5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던 삼성생명이 최근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사실상 무기한 보류한 것이다. 업계에선 환경부가 지난 6월 마련한 녹색분류체계 적용 가이드라인안에 LNG발전을 제외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고 있다. 녹색분류체계는 산업별로 친환경 여부를 판별해 민·관 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제도다. 이 분류에서 제외되면 재무적 투자자(FI)가 투자를 꺼려 자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된다. 환경부는 지난 6월 공개한 녹색분류체계 수정안에서 원전과 화력발전에 이어 LNG발전까지 제외했다.

이에 따라 이달 완료하기로 했던 통영에코파워 사업 시작은 11월로 미뤄지게 됐다. 해당 사업 관계자는 “환경부가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을 연말께로 미루자 대출을 검토하던 금융사 등이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면서 “LNG발전이 끝내 제외된다면 사업 일정이 지연되거나 건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기조에 따른 발전소 건립 차질은 화력발전 분야에서도 현실화됐다. 강원 삼척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삼척블루파워가 지난 6월 1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하나도 팔지 못했다.
환경부 녹색체계서 LNG 제외
금융회사 투자 유치 어려워져…발전소 건설작업 차질 불가피
통영에코파워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황리 일대에 101만㎾ 규모의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다. HDC그룹(지분율 51%)과 한화그룹(33%)이 출자하고 나머지 자금은 금융권 등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선 사업 초기만 해도 관심이 높았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력 사업인 데다 LNG도 친환경성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작년 공개한 녹색분류체계 초안에 포함시킨 LNG발전을 올해 6월 수정안에서 제외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정부 눈치 보는 금융사들
이상한 녹색분류체계…"탄소 발생한다고 LNG도 석탄 취급"

금융권의 분위기가 바뀐 건 환경부가 인정하지 않는 대상에 투자하기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3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을 통과시켰는데, 이 법은 금융회사가 환경적 요소를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환경부가 작성한 녹색분류체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환경부가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금융회사나 투자회사 등도 이를 준용해 적용한다”며 “삼성생명도 처음엔 돈을 대기로 했다가 환경부의 변경된 가이드라인을 확인하자 투자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30일 이 사업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생명에 새로운 조건을 담은 대출안을 제안했다.

발전 사업의 ‘돈맥경화’는 화력발전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민간 석탄발전사인 삼척블루파워가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아무도 사가지 않는 ‘미매각’ 사태가 벌어졌다.

삼척블루파워는 최근의 친환경 트렌드를 감안해 신용등급에 맞는 금리보다 100bp(1%포인트) 높은 연 3.391% 금리를 제시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은 석탄발전이 친환경에 위배된다는 회사 규정 탓에 투자할 수 없었다. 결국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발행된 회사채를 모두 떠안았다.
발전업계 “다 막으면 전력 누가 공급하나”
발전업계는 환경부의 LNG발전에 대한 말 바꾸기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민간 발전사 관계자는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모든 종류의 오염물질이 훨씬 적게 나온다”며 “원자력과 석탄발전도 줄인다는 정부가 LNG가 탄소라는 이유로 친환경 분류에서 제외하면 향후 급격히 늘게 될 전력은 누가 공급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작성한 9차 전력수급계획서는 지난해 51만6651GWh였던 전력 소비량이 2034년 64만7893GWh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에선 전기차 보급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향후 석탄발전소 30기를 폐지하고 원자력도 순차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작년 전력원 중 35%를 차지한 석탄발전 비중은 2034년 15%로 절반 이상 낮아지고, 원자력발전 비중도 이 기간 29%에서 10%로 감소하게 된다. 낮아지는 비중을 대부분 풍력 태양광 수력 등으로 채워 신재생 발전을 40%로 높인다는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LNG발전 비중도 26%에서 31%로 높아지게 된다. LNG발전 24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이유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환경적 요인으로 신재생으로 바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LNG가 사실상 친환경으로 가기 위한 브리지(중간다리 역할) 연료가 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라며 “환경부가 석탄발전보다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이 훨씬 적은 LNG를 사실상 석탄과 같은 급으로 낙인찍으면 전력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처럼 전력 대란 일어날 수도”
이를 고려해 녹색분류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다른 국가 정부들도 LNG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가 스발전을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 포함시켰고, 유럽연합(EU)도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자원보다 최소 50% 이상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면 적용한다’는 문구를 넣어 LNG발전 포함 가능성을 열어뒀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LNG발전을 늘린다는 정부가 다른 한쪽에선 이를 규제하고 국가가 정한 전력수급계획도 부정하고 있다”며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중국처럼 전력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수렴해 연말께 최종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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