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미술시장 10년간 1.6% 성장…"아트페어 등 육성책 뒷받침해야"

국내 미술산업 발전을 위해 미술품 물납제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글로벌 미술시장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미술시장은 새로운 소프트파워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에도 지난 10년간 정체됐다며 물납제 도입과 아트페어 유치 등 제도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미술산업은 회화, 조각 등이 갤러리나 경매를 통해 특정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미술시장은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주도 아래 선진국형 산업으로 발전해 지난해 기준 규모가 501억 달러(59조 원)에 이르렀다.

세계 자동차 반도체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45조 원)인 것을 고려하면 거대시장인 셈이다.

미술은 관광과 같은 연관산업과 경제·산업적 시너지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기도 하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세계적 미술 도시가 된 영국 게이츠헤드의 탄광 마을 지역은 한 해에 평균 1천865만 명이 방문해 6억2천만 파운드(9천900억 원)를 숙박으로 지출하고, 2만여 명이 직·간접적으로 고용되는 효과를 봤다.

실제로 문화예술산업의 부가가치계수는 0.827로 서비스업(0.815), 일반 제조업(0.568)보다 높다.

전경련 "고부가가치 미술산업 발전 위해 물납제 도입 필요"
최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미술작품과 문화재를 유산으로 남기면서 국내 미술시장에 대한 국내외 주목도도 커지고 있지만, 세계 미술시장 대비 한국은 10년간 성장이 정체됐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2009년 395억 달러(47조 원)에서 2019년 644억 달러(76조 원)로 63% 커졌지만, 국내 미술시장은 같은 기간 1.6% 성장(4천83억 원→4천146억 원)하는 데 그쳤다.

산업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거래시장의 경쟁력도 한국은 세계 15위 수준에 머물렀다.

아트프라이스에 따르면 세계 순수미술 경매시장은 미국(46억1천400만 달러)과 중국(41억200만 달러), 영국(21억700만 달러)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5천500만 달러)과 미·중과의 격차는 각각 84배, 74배다.

전경련은 미술관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아 국내 미술시장의 산업적 발전이 부진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과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각각 20만 점, 6만6천 점의 작품을 소장한 것과 달리 국내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은 각각 8천500점, 5천 점에 불과했다.

작품 판매금액으로 볼 수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브랜드 경쟁력도 미술 선진국에 비해 떨어졌다.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연간 경매판매액 기준 1천대 작가 중 중국과 미국 작가는 각각 395명과 165명이었지만 한국 작가는 21명에 그쳤다.

전경련 "고부가가치 미술산업 발전 위해 물납제 도입 필요"
전경련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1960년대부터 상속세, 재산세를 미술작품으로 대신 납부하는 물납제를 도입해 미술산업을 발전시킨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홍콩이 2013년 글로벌 아트페어인 '아트 바젤'을 유치해 미술시장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미술산업 육성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K-팝처럼 한국 미술시장이 명성을 얻으려면 산업경쟁력을 높이는 제도적 지원과 육성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