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으로 제2도약 나선 중견·중기
(1) 車부품업체들, 친환경 미래차로 승부

인팩, 10년전부터 먹거리 준비
동양피스톤, 수소차 공격 투자
LS오토모티브, 전장화 '승부수'
이정근 동양피스톤 사업실장이 경기 안산 공장에서 피스톤 제품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이정근 동양피스톤 사업실장이 경기 안산 공장에서 피스톤 제품의 제조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지훈 기자

글로벌 산업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디지털과 친환경이 전환의 양대 축이다. 자동차산업은 두 가지 변화가 한꺼번에 이뤄지고 있는 대표 분야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로, 운전자가 조작하는 차에서 자율주행차로의 변신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 노하우가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빠진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은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사업재편에 나서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블 전문업체 인팩과 피스톤 생산업체 동양피스톤이 미래차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꼽힌다. 일찍이 전장 부품 분야로 눈을 돌린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스는 세계 최초 기술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미래차 부품으로 확 바꾼 인팩
최웅선 인팩 대표가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전기차용 통합 충전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최웅선 인팩 대표가 서울 문정동 본사에서 전기차용 통합 충전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다.

인팩(옛 삼영케불)은 한국 자동차산업 태동기인 1969년 설립된 회사다. 컨트롤 케이블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했다. 다양한 시스템 제어용 ‘액추에이터’, 위험을 인식시키는 ‘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부품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제품의 추격과 주력 제품인 케이블 부문 매출이 꺾이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인팩은 중국 업체들이 따라오기 힘든 전장 분야로 눈을 돌리고 과감히 투자했다. 매출의 3%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R&D 투자는 200억원을 웃돈다. 2015년에는 통합기술연구소를 설립해 R&D 인력을 200여 명으로 늘렸다.

그 결과 인팩은 국내 최초로 전자식 주차 제동 파킹브레이크 시스템, 에어서스펜션 솔레노이브 밸브 등 미래차 분야의 기술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최근 출시된 포르쉐 타이칸에 장착된 전자제어 서스펜션 시스템의 공기제어 밸브도 인팩의 작품이다. 타사 제품 대비 소음을 현저히 낮춘 기술력을 평가받았다.

지난달엔 독일 화학회사 랑세스와 공동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 하우징 개발에 성공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 의뢰도 늘고 있다. 독일 아우디, 미국 신생 전기차 회사 루시드모터스에도 최근 전장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팩이 3년 내 전 계열사를 통틀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최웅선 인팩 대표는 “자동차산업의 환경 자체가 완전히 변화하는 시기”라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수소차 부품 생산 나선 동양피스톤
동양피스톤은 국내 1위 자동차 엔진용 피스톤 제조업체다. 오랜 기간 축적한 피스톤 설계·생산 노하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부각되면서 회사의 피스톤 제조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홍순겸 동양피스톤 대표는 “회사를 전면 개조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기존 기술을 캐시카우로 활용하면서 모든 역량을 미래차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피스톤이 사업 전환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은 2018년 11월 우신공업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용 인클로저 사업부를 인수하면서다. 이후 100억원 넘는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양산 설비를 확충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자동차에 연료전지용 인클로저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수소차 핵심 부품인 엔드플레이트를 2023년부터 공급할 예정이고, 전기차 부품인 방열 모듈과 에어서스펜션용 부품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자율주행 제품 확대하는 LS오토모티브
LS오토모티브테크놀로지스도 모빌리티 분야 사업재편을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손꼽힌다. 10여 년 전부터 자동차 전장화에 대비해온 회사는 2018년 이후 본격적으로 미래차 제품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32명에 불과하던 전기차 전담 연구원을 올해 110명까지 늘렸다. 이 같은 투자로 차량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솔라 루프, 고전압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여주는 필터 등 친환경·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지난달엔 얼굴 인식으로 자동차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해 GV60 차량에 장착했다. 최근엔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지능형 시트제어기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32% 수준이던 자율주행·전기차 수주 실적을 2025년까지 약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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