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누렸던 반도체 경기가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누렸던 반도체 경기가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누렸던 반도체 경기가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꺾일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의 올 4분기 가격이 3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D램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최소 3~8%가량 떨어질 것으로 봤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PC용 D램은 5~10%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효자' 역할을 했던 서버 D램도 4분기에는 3분기 대비 5%가량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2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3.6%와 27.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치면 71.5%에 달했다. 삼성전자(34%)와 SK하이닉스(12.3%)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46.3%를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메모리 주요 제품 가격의 하락은 이들 업체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경기 둔화를 예측하는 것은 '전방 수요 부족' 탓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었던 반도체 수요가 서서히 줄면서 대형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돌입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가격은 평균 3.889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월 평균 3.875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이다. 올해 최고점이던 3월 말(5.3달러) 대비로는 36% 급락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 서버 D램 투자가 늘겠지만 과거 슈퍼사이클 때보다 가격 상승 강도는 세지 않다"며 "특히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들이 학습효과로 과거처럼 가격 불문하고 물량 확보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PC와 서버 업체가 보유한 D램 재고가 평상시 수준 이상이다. D램 가격은 3분기에 고점을 형성한 후 4분기부터 상승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의 선행지표로 쓰이는 장비주문액도 줄어들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북미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들의 지난 8월 전 세계 주문액 총합은 약 36억5000만달러(약 4조288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7.6% 늘었지만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던 지난 7월과 비교하면 5.4%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진 반도체 설비투자 증가로 향후 공급과잉에 대한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