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증빙에 일정 순연 불가피…'새우가 고래 삼킨다' 우려도 여전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예비 후보들에 대한 자금 증빙 작업이 길어지며 당초 29일 전후로 예상됐던 우선협상대상자(우협) 선정이 사실상 다음달 중순으로 늦춰지게 됐다.

가뜩이나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고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협 선정 작업부터 지연되며 전반적인 매각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쌍용차 우협선정 내달 12일께로 미뤄질듯…"자금조달 근거 미흡"
2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인수 후보들의 추가 자료 제출과 이에 따른 검증 작업 등을 거쳐 다음달 12일께 우협 1곳과 예비협상대상자 1곳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르면 29일께 우협을 선정, 통보하고 다음달 초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었지만,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근거를 검증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일정 순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이엘비앤티(EL B&T) 컨소시엄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 인디 EV 등 3곳이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인수 후보들에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을 보완해 이달 30일까지 입찰 서류를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쌍용차 측은 인수 후보들의 추가 자료 제출에도 여전히 자금 조달 근거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보고 1∼2주일 정도 더 시간을 두고 보완 자료를 받아 검토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대체공휴일 등을 고려하면 우협 선정은 이르면 12일께가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들이 제출한 투자확약서와 투자자의 예금 잔액 등을 토대로 자금 조달 근거를 따져보고 있으나 어디까지 자금 증빙으로 볼 수 있을지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보완 작업을 계속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쌍용차 우협선정 내달 12일께로 미뤄질듯…"자금조달 근거 미흡"
쌍용차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은 사실 인수전 초반부터 우려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국내 중견기업인 SM그룹이 막판에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고, 쌍용차보다 덩치가 작은 벤처기업 3곳이 인수전에 뛰어들며 이 같은 우려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종전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의 새 법인 카디널 원 모터스, 사모펀드 운용사 파빌리온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이엘비앤티는 본입찰에 3곳 중 최고가인 5천억원대를 적어내기는 했지만 기업 자체 규모는 자본금 30억원에 작년 매출이 1억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사모펀드 KCGI,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에디슨모터스 역시 작년 매출은 897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 수준이며 직원수는 180명에 불과하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2천억원대 후반의 금액을 적어냈다.

반면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은 2조9천297억원, 영업손실은 4천460억원이다.

인디EV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1천억원대를 적어내 사실상 우협 선정 작업에서 배제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수 후보들이 장기적으로 쌍용차를 정상화시켜 수익을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쌍용차 측 관계자는 "MOU 체결 이후 예정된 2주간의 정밀실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가급적 당초 계획한 11월 중에 투자계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