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그린수소 생산·국내 운송
LG화학과 2차전지 소재 사업
업계 최초로 'RE100' 가입

최윤범 부회장, 新사업 주도
홍보·법무·인사 인력도 확충
국내 최대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이 올해 창립 47주년을 맞아 수소와 2차전지 소재를 앞세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주 수입원인 아연, 납 등 비철금속 제련만으로도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성장 분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최윤범 부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올해 첫 영업이익 ‘1조클럽’ 가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 성장동력에 적극 투자할 시점이라는 최고경영진의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은둔 벗어난 고려아연, 수소·2차전지 진출

호주에서 그린수소 생산
2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아크에너지는 이달 초 호주 퀸즐랜드 타운즈빌 항만과 수소 운송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 설립된 아크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다. 호주 현지에서 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아크에너지는 수소트럭용 액화수소를 생산하고 타운즈빌 항만 터미널을 통해 한국으로 수소를 수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그린수소를 국내로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부회장

최윤범 부회장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은 회사가 추진하는 수소사업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민간 주도로 설립돼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에 참석해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대기업 총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14일엔 국내 금속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이는 전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약속한 기업들로 구성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고려아연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은 2차전지 소재다. 고려아연은 2018년 LG화학과 손잡고 배터리 핵심 소재 전구체의 원료인 황산니켈 제조업체 켐코를 설립했다. 또 작년 3월에는 2차전지에 쓰이는 얇은 구리막인 동박 제조업체 케이잼을 세웠다.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시장 1위를 다투는 동박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동박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전기동과 황산을 생산하고 있어 원료 수급에서 경쟁업체 대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과는 전구체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 중이다.
보유현금만 2조원 넘어
고려아연은 올 들어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아연, 납 가격 상승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작년 동기(3682억원) 대비 47.5% 증가한 5430억원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을 올렸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800억원으로 창사 후 처음으로 1조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2006년 이후 매년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린 덕분에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2조1358억원에 달한다. 수소와 2차전지 소재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고려아연은 외부 자금 조달 없이 자체 현금만으로 대부분 투자를 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신성장사업은 ‘오너 3세’로 차기 회장 1순위로 거론되는 최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1975년생인 최 부회장은 2007년 입사 후 온산제련소 경영지원본부장과 호주 아연제련소(SMC) 사장으로 근무했다. 2019년 3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기호 창업주 이후 2세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맡았다. 5남 중 장남 최창걸 명예회장에 이어 차남인 최창영 명예회장, 삼남 최창근 회장으로 회장직을 승계했다. 현 최창근 회장은 김부겸 국무총리와 사돈 관계이기도 하다. 최 부회장은 최창걸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고려아연은 ‘은둔의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도 탈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그동안 규모에 비해 기업의 주요 정보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수소와 2차전지를 앞세워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은둔의 기업 이미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올 하반기부터 인사 법무 홍보 등 지원조직을 대폭 확충하는 것도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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