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민차 라다 제치고
8월 점유율 27.5% '쾌거'
경제위기에 업체 철수 때도
정몽구 뚝심 투자로 결실
현대자동차·기아가 지난달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유력 경쟁사인 프랑스 르노그룹이 러시아 완성차업체 아브토바즈를 인수해 브랜드로 편입시킨 2017년 1월 이후 월 기준으로 처음이다.
26일 유럽기업인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3만1383대를 판매해 27.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기아가 1만7277대, 현대차가 1만4106대를 판매해 전월 대비 점유율이 4.5%포인트 올랐다. 르노·라다는 지난달 2만9127대를 판매해 25.5%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라다는 1966년 설립된 러시아 완성차업체 아브토바즈가 생산하는 차량 브랜드다. 구소련 시절 계획경제 아래에서 세운 국영 자동차 회사다. 55년 역사를 지닌 데다 러시아가 왕년에 잘나가던 시절을 추억하는 러시아인이 많아 라다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르노는 러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경영 위기에 봉착한 아브토바즈를 인수했다.
현대차·기아는 201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지으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4년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와 저유가로 인해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았다. 당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대다수 철수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소형차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 리오(프라이드) 등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하고 공장을 계속 가동했다. 2016년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방문해 “기회가 다시 올 것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말하며 뚝심있게 투자를 이어갔다.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되살아났고, 몇 안 되는 외국 브랜드 중에서 현대차·기아 차량은 라다보다 성능 좋은 브랜드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오토모티브뉴스는 “러시아인들은 현대차·기아 차를 라다보다 고급 브랜드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2016년엔 현지 전략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출시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SUV 수요도 끌어당겼다. 올 들어 8월까지 리오(5만6585대), 크레타(4만9548대), 쏠라리스(4만2582대)는 전체 판매량 순위에서 각각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사업을 더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엔 가동을 멈춘 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 현지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지난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엔진공장을 준공한 현대위아는 러시아 내수 및 유럽 수출용 차량 엔진을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 베트남,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주 3인방’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가 올해 3분기 모두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카카오는 광고, e커머스, 페이 등 주력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26일 에프앤가이드에 올해 3분기 실적 추정치를 의뢰한 결과 카카오는 올해 3분기 24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동기 대비 101.3% 증가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6324억원으로 48.3% 늘어나고, 순이익은 2732억원으로 90.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현대차는 흑자 전환이 확실시된다. 작년 3분기 31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3분기엔 1조79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9조4713억원으로 6.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졌지만 탄탄한 수요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실적을 방어했다는 평가다.‘1등 국민주’인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15조682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규모다. 매출은 73조1298억원으로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가치의 가파른 하락, 스마트폰 판매 회복 등이 실적 호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이처럼 세 종목 모두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주가는 하락세다. 카카오는 정부의 플랫폼 사업 규제로 성장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 이슈가 안정화되기 전까지는 주가 방향성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삼성전자는 올해 4분기까지 호실적이 예상되지만 내년 반도체 업황이 꺾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사업을 기대만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주가를 짓누르는 원인이다.현대차는 생산 차질 문제가 해결되면 주가가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개월이 넘는 출고대기 시간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수요가 강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간식 담당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 잔업하는 일부 직원에게 간식으로 제공하는 파리바게뜨 후레쉬크림빵이 이날 오전 제때 배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담당 부서는 일방적으로 간식 지급을 중단할 수 없었던 탓에 부랴부랴 대체품 마련에 나섰다. 급히 구한 것은 오리온 다이제샌드. 이날 일부 생산직 사이에선 “왜 갑자기 빵 대신 과자를 먹으라는 것이냐”고 불만이 나왔다.현대차 울산공장에 빵 공급이 끊긴 것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산하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 파업 때문이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파리바게뜨 제품은 대구지역 공장에서 생산해 배송하는데 대구 등 전국 SPC그룹 11개 물류센터의 화물연대 노조원 200여 명이 운송 거부에 동참하면서 제때 납품되지 않았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상황은 그대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역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인데, 형제 격인 화물연대가 파업하는 탓에 예상치 못한 불똥을 맞아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26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처럼 ‘간식난’을 겪는 대기업 공장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난을 겪고 있는 파리바게뜨 가맹 자영업자의 손해에 비할 바 아니지만 곳곳에서 파업에 따른 악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간식뿐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그동안 현대차 생산직이 받은 악영향은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 8월엔 화물연대가 현대차에 공조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물류사와의 갈등으로 파업하면서 현대차 울산공장이 멈추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도 현대차 차체 부문 1차 협력업체인 엠에스오토텍과 갈등을 빚고 운송을 거부함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 라인을 멈추게 했다.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지부들은 ‘연대하는 마음으로 지지해달라’고 하지만 다른 지부의 파업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면 ‘연대’가 얼마나 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증차를 요구하며 호남지역에서 시작한 빵과 재료 운송 거부 파업을 지난 15일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지난해 말 1980년대생 대기업 임원들이 화제가 됐다. CJ그룹 등에서 80년대생 임원을 여럿 선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는 80년대 후반 또는 90년대생 임원이 나오기도 했다. 몇 년 뒤에는 이들이 기업의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기업 중의 대기업'이라 불리는 4대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어떨까. IT나 식품, 유통 등 산업과 달리 전자나 자동차, 석유화학 등 기존 산업군에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상무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이미 4대그룹 핵심 계열사에도 80년대생 임원이 다수 나왔다. 이미 곳곳에서 80년대생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에는 6명의 80년대생 임원이 있다. 이 중 4명은 연구위원인데, 이들은 메모리 솔루션 개발실과 파운드리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 등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연구직 외에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마띠유 아포테커 상무(기획팀 담당임원)와 구자천 상무(사업지원 TF 담당임원)가 각각 1981년생이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내 전자계열사간 업무 조율을 맡고 있는 핵심 부서다. 현대자동차에는 1980년생 상무가 1명 있다. 카클라우드개발실장을 맡고 있는 한영주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한 상무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이다. SK그룹 지주사인 ㈜SK에는 4명의 80년대생 임원이 있다.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상 부사장,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유경상 부사장,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일하는 이수범 부사장 및 권혜조 부사장 등이 있다. SK그룹은 임원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일했다. LG전자에는 1980년생 임원이 1명 있다. 빌트인 및 쿠킹 관련 업무를 하는 김수연 수석전문위원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아직 대기업에서 80년대생 임원이 흔한 것은 아니다. 당장 롯데지주, 포스코, 한화, 한국조선해양 등에는 1980년대생 임원(오너 일가 제외)을 찾아볼 수 없다.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차 등은 최근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고, 이 분야의 전문가라면 나이가 어리더라도 임원으로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만간 미래 기술 외 분야에도 80년대 임원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