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절대강자 휴켐스에 도전
인수 불발되자 "독자 생산하자"
여수에 40만t 규모 질산공장

주고객 놓친 휴켐스, 증설 추진
품귀로 새 수요처 발굴 쉬워
질산 활용한 수소사업도 확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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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국내 질산(HNO3)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휴켐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질산 독자 생산을 통해 휴켐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질산은 반도체 세정제와 산업용 화약, 폴리우레탄 원료가 되는 기초 소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 및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인수에서 내재화로 전략 변경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 글로벌 부문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40만t 규모의 질산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19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 완공되면 ㈜한화의 질산 생산량은 52만t으로 늘어난다. ㈜한화 관계자는 “반도체 세정제 등 정밀화학 분야로 사업 전환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서 경쟁자로…한화·휴켐스 '질산 전쟁'

질산은 산업부문 필수 소재지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소요되고, 인화성이 높은 위험 물질이어서 운반과 안전관리가 어렵다. 다른 기업들이 질산 시장 진입을 꺼린 이유다. 당초 ㈜한화는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휴켐스 지분 인수를 타진했다. 휴켐스 관계자는 “모회사인 태광실업에 협력 제의가 온 것은 맞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인수가 불발되자 질산을 독자 생산하는 이른바 ‘내재화’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국내 질산 시장은 태광실업의 정밀화학 자회사인 휴켐스가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2006년 태광실업이 남해화학으로부터 인수했다. 휴켐스의 연간 생산능력은 110만t이다. 전남 여수에 조성하는 질산 6공장이 2024년 완공되면 생산능력은 150만t으로 늘어난다. 아시아 최대 규모다.

휴켐스는 화학업계에서 숨은 ‘알짜기업’으로 손꼽힌다. 휴켐스의 최근 수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5%가 넘는다. 국내 화학업종 평균인 6.8%(2019년 기준)를 두 배 이상 웃돈다. 부채비율은 22%에 불과하고, 차입금 의존도는 10% 미만으로 재무 상태도 업계 톱 수준이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질산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질산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 가격은 이달 들어 t당 700달러 선까지 올랐다. 2014년(566달러)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300달러 초반대였던 올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새 수요처 찾는 휴켐스
한화의 질산 독자 생산 선언에 휴켐스는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화는 한국바스프, OCI 등과 함께 휴켐스의 최대 고객 중 하나다. 휴켐스는 ㈜한화가 자체 생산을 시작하면 자사와의 공급 계약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서 경쟁자로…한화·휴켐스 '질산 전쟁'

휴켐스는 그러나 질산이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공급자 우위 시장이어서 ㈜한화를 대체할 새 수요처를 발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업체들이 질산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비싼 값이라도 서둘러 장기공급 계약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켐스 관계자는 “6공장 가동을 3년가량 앞두고 있는데도 신규 공장 물량에 대한 장기 계약이 이미 끝난 상태”라며 “한화의 시장 진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켐스는 질산을 활용한 수소시장 진입에도 주력하고 있다. 휴켐스는 이달 중순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암모니아를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르면 내년 말 수소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질산의 원료인 암모니아(NH3)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이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한 다음 국내로 들여온 뒤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휴켐스는 국내로 들여오는 연간 암모니아의 3분의 1가량을 사용하고 있다. 휴켐스 관계자는 “가축 분뇨나 생활 폐수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친환경적으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등 친환경 수소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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