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에어
사진=진에어
진에어는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집에서 먹는 기내식’을 내놨다. 크림 파스타, 캐슈넛 치킨 등의 메인 요리부터 식전빵, 디저트까지 국제선 기내식 코스를 그대로 집안 식탁에 옮겨 놓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과거 공항을 찾아 비행길에 올랐던 추억을 떠올리게 해 준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기내식 콘셉트의 가정간편식(HMR) ‘지니키친 더 리얼’은 출시 한 달만에 판매량 1만개를 돌파했다. 4분에 1개씩 팔린 셈이다. 진에어는 지니키친 더 리얼을 시장에 내놓은 지 두 달만에 인도 커리 등 신메뉴를 추가했고 기존 냉장 HMR보다 유통기한이 긴 냉동 HMR도 출시했다.

MZ세대는 기내식과 동일한 패키지에 담긴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며 지난 여행을 추억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해외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여행의 설렘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고객이 찾아줬다”고 설명했다.

상황 1 항공여행 수요 및 매출 급감
도전 1 신규 비즈니스 및 수익원 개발

항공업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선 여객수는 급감했고 국내선은 공급과잉으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사업으로 상반기 흑자를 달성했지만 여객운송에 의존해야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LCC 업계 매출의 80% 이상은 국제선에서 발생한다. 정부가 트래블버블 협약을 맺긴 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번지면서 여행수요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에어는 항공사 최초로 온라인 쇼핑몰을 열고 기내식 HMR을 판매하는 등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해 나갔다.

진에어는 새롭고 흥미로운 것을 소비하는 MZ세대의 성향을 고려해 여행에 대한 향수를 상기키시는 특별한 여행 상품을 개발했다.

지니키친 더 리얼은 온라인 상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팝업 스토어도 생겼다. 지니키친 더 리얼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김포~제주 왕복 항공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지니키친 더 리얼뿐만 아니라 가전, 생활용품 등도 팔며 기존 비행기 탑승객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기내 유상 판매 서비스를 확대시켰다.

진에어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고객들과의 접점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지니키친 더 리얼과 같은 특색있는 상품과 다양한 이벤트를 계속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황 2 LCC 업계 최저가 과열 전쟁
도전 2 가격 경쟁 대신 ‘개인화 마케팅’

국내 LCC는 기존 진에어, 제주항공 등 5개사에 이스타항공 및 신생 항공사까지 더해 총 9개사로 늘어났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LCC들은 국내선 항공권을 1만원대에 판매하는 등 탑승객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진에어는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는 고객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진에어는 고객 행동 분석 솔루션인 ‘AA(Adobe Analystics·어도비 애널리틱스)’를 도입했다.

고객 한 명 한 명의 성향을 면밀히 파악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화 마케팅’의 기반을 다지는 전략이었다.

진에어는 고객들이 진에어 홈페이지를 들어오게 된 경로부터 항공권을 검색 및 결제하는 단계까지의 수많은 행동 패턴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특히 항공권을 예매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이탈하는 지점이 어디인지 세밀하게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했고 고객의 요구사항들을 반영해 나갔다.

진에어 관계자는 “고객이 원하는 사항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 맞춤 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진에어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제휴도 확대해 고객별 맞춤형 혜택도 제공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여행·여가 포인트 통합 플랫폼 ‘밀크’와 손잡고 할인쿠폰을 판매하는가 하면 티머니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마케팅, 홍보 등의 분야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또 MZ세대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마케팅 공모전을 열고 항공권 온라인 판매 증대를 위한 아이디어 등을 분석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MZ세대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항공 마케팅 전략을 발굴했다”며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제 진에어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니키친 더리얼 3종 (비프 굴라쉬 파스타, 캐슈넛 치킨과 취나물밥, 크림 파스타) / 사진=진에어
지니키친 더리얼 3종 (비프 굴라쉬 파스타, 캐슈넛 치킨과 취나물밥, 크림 파스타) / 사진=진에어

상황 3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준비
도전 3 여행 수요 및 고객 선점

신규 항공사 진입으로 항공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여행에 대한 수요는 늘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행 형태는 이전과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 비해 안전하고 쾌적한 여행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에어는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하고 여행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다수의 관광청과 제휴를 맺고 ‘무착륙 관광비행’을 운영하고 있다. 코타키나발루, 괌, 홍콩 관광청 등과의 제휴를 통해 테마 관광비행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진에어는 대한항공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항공 네트워크 확대 및 해외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과 연결 탑승 수속(IATCI) 서비스 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LCC 최초로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상 노선은 국제선 전 노선이며 진에어와 대한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 등에서 환승하는 승객들은 수하물을 다시 찾아 부치거나 좌석을 따로 받는 수고를 덜게 됐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진에어 마케팅의 포인트는 ‘윈윈윈(Win-Win-Win)’이다. 고객과 회사, 그리고 제휴사까지 함께 ‘윈’할 수 있는 마케팅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진에어는 항공을 기반으로 교통 정보 제공 플랫폼, 여행·여가 포인트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혜택을 제공한다.

제휴를 통해 항공 비즈니스를 다방면으로 확장시키며 함께 성장해나가겠다는 비전도 있다. 실제로 진에어는 제휴사와 상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휴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진에어는 한국 LCC로서는 한계점이 많은 해외 지역에서 인바운드(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역량도 강화했다.

진에어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국내선 신규 취항을 통해 서울, 부산, 제주 등 외국인 관광객들의 기존 집중된 목적지에서 국내 타 지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절대 안전을 기반으로 한 쾌적함 및 즐거움을 제공하는 브랜드로서 회사-고객-제휴사가 다함께 승자가 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남정민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기업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많이 활용하는 전략 중 하나로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이 있다. 브랜드 확장이란 기존의 브랜드명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말한다.

예를 들어, 메신저 서비스로 성공한 카카오 브랜드가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택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등의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있다.

대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 외에도 기존의 성공적인 브랜드가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경우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치약으로 유명한 Colgate가 ‘Colgate 칫솔’을 출시하거나, 생수로 유명한 에비앙이 화장용품 ‘에비앙 페이셜 미스트’를 출시하는 것, 배터리로 유명한 듀라셀이 ‘듀라셀 무선충전기 패드’를 출시한 것도 전형적인 브랜드 확장이다.

진에어의 ‘지니키친 더 리얼’의 경우도 일종의 브랜드 확장에 해당한다. 실제 브랜드 이름은 ‘지니키친 더 리얼’이지만 어차피 제품 포장에 진에어라는 익숙한 브랜드 이름을 붙였고, 소비자들 역시 진에어의 제품이란 것을 모두 알고 구매한다.

진에어는 이 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의 니즈,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여행 추억이 그리운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실제 기내식 박스를 본 뜬 패키지와 탑승권 모양의 조리법 설명서는 소비자들의 구매, 소비 경험을 더욱 즐겁고 독특하게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확장 전략은 기존에 잘 알려진 브랜드명으로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소비자에 의해 빠르게 인지되고 신뢰를 얻기에도 상대적으로 쉽다. 만약 새로운 가정간편식 브랜드였다면 수많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했을텐데, 진에어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아마도 진에어가 새로운 브랜드 확장을 시도한 ‘궁극적인 목표’는 진에어의 항공서비스 매출 증가에 더 기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항공 서비스 수요가 급감한 현실에서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창출하는 것은 항공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에어가 ‘지니키친 더 리얼’과 같이 새로운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진에어 브랜드의 호감을 유지하는 활동은 매우 현명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낮고 항공료 가격 할인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브랜드 확장 제품의 구매와 실제 항공서비스 구매는 다른 문제일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향후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느냐가 진에어 마케터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어둠속으로’라는 해외 드라마를 우연히 봤다. 드라마 시작부터 등장인물들이 브뤼셀 공항에서 비행기 탑승 수속을 밟는 모습이 그려졌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비행기표를 끊는 사람들, 출국 심사대에 늘어선 줄, 통유리 넘어 출발을 앞둔 비행기들까지 해외 여행의 추억을 소환했다.

코로나19 탓에 해외 여행을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이동이 여의치 않으니 해외 여행은 언감생심이다. 2년째 이렇게 해외 여행객들의 발이 묶여 항공사들의 어려움도 엄청나다.

진에어는 그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집에서 먹는 기내식’이란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기내식은 해외 여행의 대명사다. 해외 여행을 오랫동안 가지 못했다는 뜻으로 “기내식을 언제 먹어봤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그래서 기내식은 해외 여행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매우 적합한 도구다. 사람들은 예전에 맛봤던 기내식을 떠올리면 당시 여행의 감정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진에어는 이 점을 노려 ‘지니키친 더 리얼’이란 기내식 콘셉트의 가정간편식을 선보였다. ‘항공사가 오죽했으면…’이라는 안타까움마저 느껴졌다.

그런 안타까움은 일단 접어두고 진에어의 이런 노력이 성공을 거둔 이유를 따져보자. 그 이유로 대조효과(contrast effect)를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현실이 힘들 때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과거의 행복한 기억이 현재의 어려움과 대조를 이루면서 지금의 고통을 잊게 만들어준다.

진에어 사례로 설명하자면, 코로나19로 어렵고 답답한 일상을 보내면서 해외 여행도 가지 못하는 현실에 처한 사람들이 기내식을 통해 행복했던 과거 해외 여행의 추억으로 위로를 받는 것이다.

고통스런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했던 과거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이 ‘노스텔지어’이다. 진에어는 코로나19 시대 소비자들의 노스텔지어를 기내식을 통한 대조효과로 자극해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해가고 있다. ‘노스텔지어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 할만 하다.

노스텔지어는 위안과 위로의 기능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에게 이러한 기능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노스텔지어 마케팅은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제는 노스텔지어가 아닌, 즉 회피를 통한 위안과 위로가 아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을 통한 위안과 위로에도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자아존중감이 높은 고객들을 맞아 들이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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