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대에 걸맞은 사업 모델을 갖추기 위해 주요 대기업들이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를 구성해 수소 밸류체인 투자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10대 그룹이 밝힌 ESG 관련 투자액은 138조원에 달한다
[한경ESG] ESG NOW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을 창립했다. 창립총회에 참석한 각 그룹 총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허정석 일진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 한경DB

현대자동차 SK 롯데 등 국내 주요 기업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서밋’을 창립했다. 창립총회에 참석한 각 그룹 총수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최태원 SK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허정석 일진 부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 한경DB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주요 대기업은 최근 2030년까지 43조원을 수소 산업에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소경제 청사진’을 공개했다. SK는 대규모 액화플랜트 구축과 연료전지발전소 등에 18조5000억원, 현대차는 수소차 설비 투자와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걸맞은 사업 모델을 갖추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것이 주요 그룹의 공통된 설명이다.

주요 기업은 ‘한국판 수소위원회’라 불리는 수소기업협의체를 구성해 수소 밸류체인 투자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2050년 3000조원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수소 시장을 선점하려면 국내 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본 것이다. 지난 9월 8일에 열린 창립총회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 구동휘 E1 대표,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등이 각 기업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기업들이 수소 투자에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SG 투자에 ‘곳간’ 여는 대기업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기준으로 10대 그룹이 밝힌 ESG 관련 투자액은 138조원에 달한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공개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더한 수치다. 경제계는 투자처와 규모를 확정하지 못한 그룹을 더하면 2030년까지 최소 200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시설 투자에만 40조원 이상 투입하는 삼성전자 등이 아직 구체적인 ESG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한 분석이다

주요 기업의 투자는 짧게는 올해, 길게는 2030년까지 이어진다. 대부분 친환경 소재 생산, 태양광발전, 수소연료전지 개발 등 저탄소 관련 사업에 집중됐다.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중간 점검 연도인 2030년 이전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것도 공통된 목표다. 주요 투자 키워드는 ▲수소경제 ▲신재생에너지 ▲저탄소 ▲순환경제 등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배터리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미국 등에 새로운 배터리 공장 건립을 준비 중이다. 아예 발전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도 있다. 삼성물산은 75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텍사스주에 700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2028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생산 사업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저탄소 기술 개발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SK E&S는 탄소중립의 열쇠라 불리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 활용) 기술에, 한화솔루션은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소재 국산화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재활용 산업 투자 등 순환경제와 관련한 투자 사례도 적지 않다. 롯데케미칼은 1000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11만 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구축하기로 했다. SK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 SK지오센트릭은 아예 재활용 산업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도시 유전 기업’이 이 회사가 제시한 미래 청사진이다.
10대 그룹 ESG 투자 138조원…저탄소 분야 집중

2030년 탄소중립 중간 점검

기업들이 밝힌 투자 완료 시점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제각각 다르다. 생산 기지 및 발전소 건립은 2~3년, 연구 개발(R&D) 프로젝트는 보통 4~5년간 진행된다. 하지만 사업 모델 전환을 언급한 중·장기 계획은 완료 시점이 2030년으로 동일하다. 롯데그룹 화학BU(사업 부문)의 경우 ‘그린 프로미스 2030’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0조300억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을 내놨다.
2030년은 글로벌 차원의 탄소중립 중간 점검 시점이다. 2018년에 열린 IPPC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감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 정부도 2030년까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 기본법을 밀어붙이는 배경이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한다는 것이 탄소중립 기본법의 골자다.

2030년을 기점으로 실질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업종도 있다. EU(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최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배출량을 1990년의 55% 수준까지 줄인다는 슬로건 아래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는 내용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우선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등의 업종에 ‘탄소 관세’를 물릴 예정이다.

자동차업계도 2030년까지 사업 모델 전환을 마무리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무공해차(ZEV)로 전환하는 목표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내연기관차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로는 최대 시장인 미국을 더 이상 공략할 수 없게 된다.

글로벌 기업도 2030년 정조준

해외 기업도 자사의 ESG 경영이 안착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스파이어 2021’에서 2030년까지 100% 탈탄소를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사업 모델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탄소배출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환경 관련 현안을 관리 통제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애플의 계획도 비슷하다.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가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시점을 2030년으로 설정했다. 애플은 협력사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중 일부를 협력업체와 공유하기로 했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포장재에서 재활용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50%로 늘리기로 했다. 이 방법만으로 온실가스 절대 배출량을 25%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코카콜라는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병 등 친환경 포장재와 관련한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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