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들, 한경에 제보…檢 수사
"국민연금 등 규정보다 덜 납부
勞 지도부 해외여행 등에 사용"
[단독] 부산항운노조의 이상한 사회보험 납부

부산항운노조가 소속 조합원의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규정보다 덜 납부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일각에선 이 같은 자금 규모가 180억원을 웃돌며, 노조 지도부 일부가 이 돈의 일부를 가져가거나 해외여행 등에 유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는 검찰에서 이런 비리 의혹을 진술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22일 한국경제신문에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노조가 수년간 법규를 위반하고 공금을 횡령·유용한 의심이 있다고 제보했다.

부산항운노조는 부산항 부산신항 감천항 등 부산 일대 항만에서 화물을 선박에 싣고 내리고 옮기는 등의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의 조합이다. 조합원은 7500여 명이며 23개 지부로 구성돼 있다. 항운노조는 노조인 동시에 인력을 파견하는 사업주를 겸하고 있어 사회보험료 몫을 화주로부터 받아 노조가 일괄 납부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 고발자는 “노조가 사측의 사회보험료를 규정보다 덜 내고 있는 것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노조가 지난 6월 갑작스레 보험료를 큰 폭으로 올렸다”고 전했다. 항업지부는 수년 동안 별 변동이 없던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대 10만원까지 인상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냉동지부의 한 창고에선 올 6월 보험료 변동 내역이 게시판에 공고됐는데 국민연금은 4만원, 건보료는 3만50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제보자는 “국민연금 등의 보험료를 5월까지 규정보다 덜 내고 있다가 갑작스레 정상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에서 과거 의혹에 대해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덜 낸 거액의 보험료, 노조가 별도관리·유용"
노조측 로펌도 "실소득 기준 내야…해외여행 경비 등 지출도 부적절"
부산항운노조 비리 의혹을 제기한 내부자들은 노조가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의 보험료를 규정보다 인위적으로 덜 내왔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보험료율이 월급의 9%로 근로자와 회사가 4.5%씩 내도록 돼 있다. 항운노조는 노조가 사업주 역할을 한다. 직업안정법에 따라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를 겸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임금과 사회보험료를 화주로부터 받아 조합원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국민연금공단 등엔 사회보험료를 납부한다.

고발자들은 노조가 화주로부터 받은 사회보험료를 덜 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경우 ‘월급 100%에 대한 보험료 4.5%’를 납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월급 65%에 대한 4.5%’를 냈다는 주장이다. 고발자들은 노조가 국민연금 외 건강보험과 산재보험도 덜 내왔다고 주장했다. 건보료도 ‘월급 100%에 대한 보험료 3.43%’를 건강보험공단에 내야 하지만, ‘월급 65%에 대한 보험료 3.43%’를 납부했다고 고발자들은 전했다. 산재보험은 ‘월급의 2%’를 화주로부터 받아 ‘월급의 0.98%’만 근로복지공단에 내왔다고 고발자들은 주장했다.

고발자들은 노조가 이렇게 덜 낸 사회보험료가 180억원을 웃돈다고 제시했다. 가장 큰 항업지부는 국민연금을 내는 조합원만 1100명에 이른다. 고발자들은 이들을 기준으로 한 국민연금 미납액이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한 달에 1억원은 되며, 국민연금 납부를 시작한 2013년부터 계산하면 총 80억원 이상이라고 계산했다. 이들은 또 냉동지부에서도 국민연금 미납이 확인됐으며 두 지부만 쳐도 규정보다 덜 낸 국민연금이 1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제보자들은 “미납한 게 국민연금인지 건강보험인지 산재보험인지만 다를 뿐 수법은 동일하다”며 “23개 지부 중 상당수에서 이런 행태가 확인됐으며 추정 미납액만 최소 180억원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회사 측 미납분이 이 정도 규모면 근로자 미납분까지 합치면 36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 고발자들의 전언이다.

고발자들은 노조가 이렇게 덜 낸 돈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조 지도부는 ‘별도 관리’에 대해 확인했다. 보험료 등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관리위원회’ ‘복지위원회’ 등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한 자금관리위원회 A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합원들의 소득은 높지 않은데 국민연금 등의 납부액은 많다는 게 노조 구성원 다수의 생각”이라며 “이에 따라 기구 의결로 납부액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보자들은 이 같은 해명에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 고발자는 “국민연금은 내 노후자금”이라며 “그동안 줄여 낸다는 사실을 누구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적립금 사용과 관리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회장은 “적립금 일부는 업체와 노조가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업체가 보험료 명목으로 돈을 냈다가 일부를 다시 가져갔다는 얘기다. 고발자들은 노조 간부들의 자금 횡령·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자들은 노조가 지회 간부나 ‘모범직원’들을 모아 코로나19 전까지 약 2년 동안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해외여행만 여덟 번 갔다고 전했다. 간부만 11명이 나가 한 번에 1억원 넘게 지출한 여행도 두 차례라는 주장이다.

한 자금관리위원회는 검찰 수사 소문이 돌자 부산의 한 법무법인에 용역 보고서를 의뢰했다. 고발자들이 본지에 제보한 보고서엔 “이 같은 기금을 해외여행, 체력단련비 등으로 지출한 것은 부적절하다” “조합원 실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고 돼 있다.

제보자들은 국민연금공단에 의도적 미납 등을 알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사에 이런 사실을 적은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돌아온 건 ‘우리는 사법기관이 아니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항운노조는 노조가 인력을 독점하는 구조이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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