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는 자에게 오프라인은 위기가 아닌 기회다[이지스의 공간생각]
“이지스자산운용은 트렌드에 따라 투자하나요? 아니면 트렌드를 선도하며 투자하나요?”

최근 공채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은 질문이다. 나는 “트렌드를 좇기만 하면 늘 남들 뒤에 있을 것이니, 당연히 트렌드를 미리 준비하고 선도해야 한다”고 했다. 교과서적인 답이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지스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을까.

냉철하게 보자면, 과거 10년 이지스가 트렌드를 선도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은 다를 것이라고 답할 수 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은 어떤 공간일까. 흔히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현실을 가상으로 옮긴 '메타버스' 같은 걸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내딛고 있는 실제 공간의 새로움을 고민한다. 주거, 오피스, 리테일 같은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선 복합공간을 추구한다.

서로 다른 개념의 공간을 조화롭게 구성하면 사용자들은 새로운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프라임급 오피스와 5성급 호텔, 프리미엄 리테일 시설을 버무린 센터필드가 그랬고, 앞으로 지어질 마곡 CP4 부지의 복합시설도 그런 형태가 될 것이다.

공간의 전통적 구분은 점차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다. 오피스 공간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동영상과 사진을 찍고, 상품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하고,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면 이 공간을 오피스로 부를 것인가, 리테일로 부를 것인가. 물건을 보관하는 물류센터 한 켠에 상품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면 이곳은 물류센터인가, 리테일인가.

오프라인 공간이 위기라는 말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나왔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며 매장 방문이 줄어드는 흐름이 있고, 업무의 디지털화에 따른 재택근무 확산으로 오피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MZ세대로 불리는 2030 세대는 온라인 활용에 능숙하지만, 그만큼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흥미로운 체험도 원한다. 코로나 위기로 재택근무를 체험한 직장인들은 대면 없이 협업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느끼며 사무실 복귀를 바라고 있다. 애플, 아마존 등 IT 최전선에 있는 기업조차 재택근무에 회의감을 드러낸 이유다. 이들은 새로운 공간에 환호할 준비가 돼 있다.

이지스는 앞으로 새로운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노력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운용사로서는 이례적으로 R&D(연구·개발) 성격의 부서인 공간컨텐츠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혁신적인 공간 아이디어를 응원하기 위해 ‘공간에 대한 이지스적 생각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자회사인 이지스투자파트너스는 다양한 프롭테크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은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자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믿는다. 이지스의 다음 10년은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