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DB손해보험
DB손보 앞서가는 디지털 혁신…보험업 최초의 역사 쓴다

코로나19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3월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활용해 비대면 교통사고 접수를 할 수 있는 ‘DB V-시스템’을 내놨다. 일단 고객센터로 전화해 상담 직원 안내에 맞춰 음성통화를 종료하면 센터 측에서 바로 영상통화로 재발신해 준다. 스마트폰 화면에 상담 직원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지고 화면 전환 버튼만 누르면 카메라 모드가 실행돼 고객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이 자동 전송된다. 살짝 긁은 정도의 경미한 차량 사고나 긴급 출동 시간(약 15분)을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 유용하다는 평가다.

DB V-시스템은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LTE 통신망에 기반해 개발됐다. 그전까지는 국가기관인 119구급대에만 비슷한 서비스가 제공됐지만 DB손보에 의해 민간 상용 서비스로 확대된 것이다. 현재 DB V-시스템으로 교통사고를 신고하는 가입 고객만 월평균 3000여 명에 달한다.
1962년 ‘자동차보험공영사’로 출발
국내 손보업계 혁신을 주도해온 DB손보는 1962년 11개 보험사가 공동 출자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로 출발했다. 오로지 자동차보험만 취급하던 이 회사는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꾸준히 성장했지만 1983년 제도 개편으로 다른 보험사 진출이 허용된 이후 동부그룹에 인수됐다. 동시에 자동차보험 외에 일반 손해보험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미국 괌 지점을 개설하는 등 해외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5년 동부화재로 사명을 바꾸고 기존 자동차보험에다 장기보험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삼성화재, 현대해상에 이은 손보업계 3위 자리를 굳혔다. 그러다 2017년 그룹의 모태 격인 동부건설이 사모펀드로 매각되면서 다른 계열사들과 함께 ‘DB(Dream Big)’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DB손보는 현재 총자산 50조원, 연 매출 14조원, 순이익 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형 손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선도 기업으로 우뚝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21일 DB손보가 제출한 ‘모바일 기반의 실시간 미러링 기술을 활용한 텔레마케팅(TM) 판매 상품 설명 및 청약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했다. ‘모바일 실시간 미러링’은 보험사 텔레마케터와 고객이 스마트폰을 통해 전자문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음성통화 위주의 텔레마케팅이 아니라 보고 듣는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불완전판매 위험을 확 줄였다. 올 들어 손보사 가운데 혁신금융서비스를 배출한 곳은 DB손보가 유일하다.

DB손보는 지난달 초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제3탄 자율주행·바이오)’에도 참여했다. 셀트리온, 씨젠, GE헬스케어 등 국내외 주요 바이오 기업이 골고루 포진한 이 명단에 보험사로는 유일하게 DB손보가 포함됐다. DB손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비대면 정신건강 상담 및 치료서비스’라는 과제를 제시했다.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한 사용자와 의료서비스 제공자를 매칭하고 비대면 치료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낸 스타트업을 선정해 체계적인 육성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8월 23일에는 산업계의 ‘혁신 전국 체전’으로 불리는 ‘제47회 전국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서도 인공지능(AI) 이미지 인식기술을 활용한 블랙박스 특약 점검 모델 등 성과를 인정받아 대통령 금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5년 연속 수상한 금융사는 DB손보가 유일하다.

이들 이벤트가 모두 지난 한 달 새 이뤄졌다는 점에서 DB손보의 디지털 혁신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보험 상담 서비스인 ‘프로미 챗봇’, 모바일 보험증권(특허 등록), 생체인증을 통한 보험 가입 등도 DB손보가 손보업계 최초로 선보인 대표 서비스로 꼽힌다.

DB손보는 2019년부터 인터넷진흥원(KISA)과 공동으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기 프로그램을 통해 마이퍼피, 별따러가자, 베이글랩스, 아이디랩, 오트웍스 등 5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했다. 마이퍼피와는 공동 사업화를 통해 ‘펫샵 전용 보험’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보험업계 최장수 CEO의 힘
DB손보의 디지털 혁신은 2017년 1월 부서 단위의 전문조직 ‘스마트IT 태스크포스팀(TFT)’을 창설한 뒤 본격화됐다. 올 들어선 기존 경영혁신조직과 통합한 디지털 혁신팀으로 확대 개편됐다. 외부 디지털 인력 수혈과 함께 내부 인력 양성을 통해 현재 AI 빅데이터 등 인슈어테크 전문가 28명이 활약하고 있다.

이 같은 과감한 투자에는 국내 보험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잘 알려진 김정남 부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2010년부터 DB손보를 이끌고 있는 김 부회장은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제외하면 가장 오랜 기간(14년) 재임한 보험사 전문경영인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다른 CEO들은 통상 2~3년을 주기로 교체돼 대부분 당장 성과가 나지 않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디지털 혁신을 적극 추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김 부회장은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쌓은 만큼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디지털 역량 강화에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DB손보 관계자는 “2025년 디지털 종합 플랫폼 금융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AI 빅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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