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가계대출 추가규제에 시선집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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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을 억누르기 위한 정부의 추가 대책이 추석 연휴 이후로 예고된 가운데 전세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서는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전세대출을 죄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정부로서도 무주택자가 주로 쓰는 실수요 대출의 대표 격인 전세대출에 섣불리 손을 대기는 어렵다.

더욱이 집값을 따라 전셋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전세대출까지 조이면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의 3대 축은 전세대출, 정책모기지, 집단대출인데 이게 우리가 통상 말하는 '실수요' 대출"이라며 "정책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 '주축' 전세대출
"관리 부실·갭투자 악용 위험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번 달까지 가계대출 동향을 감안해 실수요자를 위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추석 연휴 이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대출을 꼭 집어 "최근 전세대출을 비롯한 실수요자 대출이 늘고 있는데 이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고 했다.

전세대출의 가파른 증가세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하는 첫 번째 이유다. 지난 8월 은행권 전세대출 증가액은 2조6000억원으로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6조2000억원)의 42%였다. 이런 추세는 올해 내내 이어졌다. 올 1~8월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늘어난 가계대출 잔액의 절반이 전세대출이었다.

전세대출은 올 7월부터 본격 시행된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전세대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이런 예외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계대출 규제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세대출 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도 있다. 전세대출은 오랜 기간 금융당국의 ‘뜨거운 감자’였다. 대출액의 90~100%에 대해 한국주택금융공사·SGI서울보증보험 등이 사실상의 공적 보증을 서기 때문에 거액의 대출이 비교적 쉽게 이뤄지고, 그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전세대출로 마련한 보증금을 집주인이 받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알 수 없는 만큼 '갭투자' 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초저금리'도 기름을 부었다. 전세대출을 연 2%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보니 실제 필요한 금액보다 전세대출을 더 내는 대출자들이 적지 않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최대 한도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내고, 여윳돈으로는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게 대출이자를 내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대출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지난 7일 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전세란 제도가 있고 부동산보유세가 낮은 편이다. 금리가 돈의 사용 비용이라고 한다면 (이런 환경과 초저금리로 인해) 부동산의 금융화를 넘어 화폐화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세대출은 소득과 거의 상관없이 나가기 때문에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을 합치면 전세를 끼고 집 사기가 쉬웠던 게 사실이었고, 그러다 보니 통제가 안 됐다"며 "그동안은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데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문제가 생기면 그 위험은 소비자가 지라고 해왔지만 앞으로는 이런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주택 실수요자 피해 불보듯
"대출없이 급등한 전셋값 어쩌란 말이냐"
문제는 지나치게 치솟은 전셋값이다. 제도에 일부 허점이 있다고 해도 전셋값이 단기간 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급등한 현 시점에 강한 대출 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실수요자 피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부담이 크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수요자만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전세대출은 대부분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앞선 부동산 대책들로 1주택자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크게 강화됐다. 이렇다 보니 당장 전세대출에 섣불리 칼을 댔다가는 집값 급등으로 내 집 마련 대신 세를 살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불과 1~2년 전 매매가가 4~5억 원이었던 아파트가 이제 전셋값만 5억 원을 넘는다"며 "전세를 살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닌데 대출까지 막히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우선 은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세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그럼에도 증가세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직접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들어 일제히 전세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는 등 본격적인 대출 죄기에 나섰다. 농협·우리·신한·국민은행 등 주요 은행이 모두 전세대출 우대금리를 대폭 줄이고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높였다. 농협은행은 오는 11월까지 전세대출 취급을 한시 중단했고 국민은행은 지난 16일부터 전세대출 가운데 '생활안정자금대출' 항목의 DSR 상한선을 기존 100%에서 70%로 낮췄다. 그만큼 대출자가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게 된다.

이처럼 대출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을 높여도 전세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적인 규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가계대출) 풍선의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가 있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빼놔야 나중에 충격이 왔을 때 반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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