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 목표 위해 '저가 전기차' 시장 공들이는 폭스바겐
폭스바겐 ID라이프.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ID라이프. 사진=폭스바겐코리아

'디젤 게이트'(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쓴맛을 봤던 폭스바겐이 전기차 대중화 시기를 앞당긴다. 반값 배터리와 소형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해 전기차 가격을 인하하고 구매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기존 모듈식 전기구동 메트릭스(MEB) 플랫폼을 주축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공들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 목표 달성을 위해선 가격경쟁력 확보가 우선돼야 해서다. 앞서 폭스바겐은 2018년 '일렉트릭 포 올(Electric for all)'라는 전기차 대중화를 선언하면서 2000만원대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당시 발표한 전략을 본격 구현에 나선 모습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저가 전기차용 플랫폼 'MEB-스몰(small)'을 공개했다. 아울러 이를 최초 적용한 모델 'ID 라이프'를 오는 2025년 선보이겠다고 했다. 전기차 전략 가속화 차원에서 출시 시점도 당초 계획에서 2년 앞당겼다. 지난 3월 반값 전기차를 예고한 데 이어 저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폭스바겐 MEB-스몰.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MEB-스몰. 사진=폭스바겐코리아

'MEB-스몰(small)'은 표준 MEB에서 크기를 줄인 소형차 특화 버전 플랫폼. 후륜 혹은 사륜구동을 적용한 기존 MEB 플랫폼과 달리 전륜구동을 채택해 소형차도 공간 활용성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10분 만에 40%(163km)까지 충전되는 급속 충전 장치도 마련됐다. 이 플랫폼은 ID 라이프를 시작으로 2025년 출시될 폭스바겐 경형·소형 전기차에 적용된다. 이들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ID 라이프가 62kWh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미뤄 MEB-스몰은 이보다 더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MEB 플랫폼은 48~82kWh 범위 배터리를 허용하므로 48kWh보다 적은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ID 라이프는 1회 충전시 WLPT 기준 400km 안팎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48kWh 배터리가 적용되면 1회 충전시 300km가량 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전기차 가격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배터리 용량이 줄면 차량 가격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다.

폭스바겐이 새로운 형태의 통합형 배터리 개발과 배터리 내재화 선언을 통해 '반값 전기차'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 폭스바겐은 배터리 시스템 가격을 1kWh 당 100유로(약 13만8492원) 이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업계 평균보다 30% 낮은 배터리 가격이다. 최근에는 내연기관차 개발 핵심기지인 독일 니더작센주 잘츠기터를 배터리셀 자체 제조·생산을 위한 연구소로 탈바꿈시켰다.

허버트 디에스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는 올해 3월 열린 파워데이 행사에서 "통합셀 배터리 도입을 통해 전기차의 배터리 원가를 보급형 모델의 경우 최대 50%까지, 볼륨 모델(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30% 정도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즈(InsideEvs)에 따르면 MEB-스몰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 가격은 2만~2만5000유로로 예상된다. 한화 약 2777만~3470만원으로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충분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ID 라이프 가격도 이 범위 내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과 북미, 중국 시장 내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ID 라이프를 비롯한 소형 저가 전기차가 전기차 점유율 확대 발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전기 해치백 ID.3를 시작으로 ID.4, ID.5, ID.6 등 다양한 ID 패밀리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 차량은 모두 표준 MEB 플랫폼이 적용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