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3자로부터 인증받아 기업공개에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지속 가능한 상장(SPO)’ 개념이 등장했다. 미국 친환경 신발생산 스타트업 올버즈가 첫 주자로 나섰다. 친환경을 앞세운 많은 기업들이 SPO에 주목하고 있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올버즈 신발을 신은 모델. /올버즈

올버즈 신발을 신은 모델. /올버즈

왼쪽부터 양모로 만든 울 러너와 나무 원사로 만든 트리 러너. /올버즈

왼쪽부터 양모로 만든 울 러너와 나무 원사로 만든 트리 러너. /올버즈



지속 가능한 상장(Sustainable Public Equity Offering, SPO)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전면에 내세운 기업공개(IPO)로 ESG 채권 발행과 유사한 개념이다. 신규 상장하는 기업의 ESG 현황을 제3자로부터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인증받아 기업 공모에서 높은 가치로 평가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SPO를 추진하려면 발행 기업의 ESG 등급, 이해관계자 중심의 미션 및 목적, 기후변화 대응, 공급망, 인력 관리 및 지배구조, ESG 실천에 대한 투명성 등 회사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 철학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스타트업이 이 SPO를 주목하고 있다.

올버즈, 최초의 SPO 되나

양모로 만든 신발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올버즈(Allbirds)가 역사상 첫 ‘지속 가능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버즈는 2016년 출범 이후 실리콘밸리 기업가들과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2년 후인 2018년 말 1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이 된 D2C(Direct-to-Consumer) 브랜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 템플턴, 티로우프라이스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이터 제공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이 업체의 현재 기업 가치는 17억 달러로 추산되며, 회사는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2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전망이다.

올버즈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시장 상장 서류를 제출한 상태다. 올버즈는 유칼립투스나무 섬유로 만든 원사와 양털에서 뽑은 메리노 울 원사로 만든 스니커즈를 주력으로 하며 ‘지속 가능한 재료’를 강조해왔다. 다른 스니커즈와 비교할 때 탄소발자국이 절반 수준이다. 이 외에도 재활용 플라스틱병을 이용한 신발끈, 재활용 골판지를 활용한 박스 등으로 친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합성섬유를 대체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평도 있지만, 젊은 고객에게 친숙한 인터넷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올버즈는 회사의 ESG 수준을 보여줄 수 있도록 ESG 평가 기관인 BSR 등 자문 그룹과 함께 SEC 제출 서류를 준비했다. 올버즈 측은 “최초의 ‘지속 가능한 상장’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상장 기준 평가는 ESG 평가 회사인 ISS ESG가 담당했다.

올버즈는 2019년 1억9400만 달러, 2020년 2억19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사업을 확대하면서 순손실도 2019년 1450만 달러에서 2020년 2590만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첫 6개월 동안에도 2100만 달러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현재 35개국에 27개의 매장을 열었고, 인터넷 판매가 매출의 89%를 차지한다.
오틀리 제품 사진. /오틀리

오틀리 제품 사진. /오틀리

SPO에 주목한 기업들

올버즈가 SPO에 주목한 것은 지속 가능성을 무기로 IPO를 성공시킨 업체들의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배우 제시카 알바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후원하는 식물성 유제품업체 오틀리(Oatly)가 대표적 사례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오틀리는 지난 5월 초기 공모 가격을 주당 17 달러로 책정, 100억 달러의 내재 가치를 인정받고 14억 달러를 조달하며 성공적으로 주식시장에 데뷔했다. 오틀리는 귀리 기반 우유 대용품을 필두로 대체유의 대표 주자인 아몬드 우유의 아성을 위협하며 귀리 기반 아이스크림, 요구르트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오틀리는 지속 가능성을 제품 전면에 내세웠다. EU 집행위원회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측정을 통해 킬로그램당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 양을 제품마다 표시하고 있다. 오틀리는 유당이나 동물성 지방을 사용하지 않고, 대두 알레르기로부터 자유로우며 채식주의자도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귀리가 우유에 비해 5분의 1 수준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고, 적은 양의 물과 토지자원을 이용해 인간과 자연 모두에 이롭다는 것을 어필하고 있다.

대두를 이용한 대체육 브랜드도 축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막고, 동물을 보호하며, 몸에도 좋다는 지속 가능성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대체육 제조사인 비욘드미트는 지난 2019년 공모가 25달러로 상장했으나 상장 첫날 기준 주가가 163% 급등하면서 최근 10년 내에 가장 성공적인 IPO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비욘드미트처럼 대체육 시장을 넘보는 임파서블 푸드도 지속 가능성과 최근의 급격한 성장을 바탕으로 내년 기업공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뷰] 조도연 올버즈코리아 마케팅 담당자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 절반으로 줄인다”


조도연 올버즈코리아 마케팅 담당자는 올버즈코리아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올버즈는 아시아 패션 트렌드를 리딩하는 한국 시장을 핵심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 올버즈의 대표 상품과 특징을 소개해달라.

“러너(Runner)는 올버즈의 대표 제품으로, 울 러너의 경우 브랜드 론칭과 함께 지속해온 가장 오래된 제품이다. 울 러너는 뉴질랜드의 울 협동조합(ZQ)에서 생산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메리노 울로 제작해 부드럽고 따뜻하다. 트리 러너는 유칼립투스나무 추출물로 제작한 통기성이 우수한 제품이다. 러너 제품 자체가 가볍고 편안해 걷기에 적합하며, 유력 매체 타임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신발’로 선정되기도 했다.”

- 올버즈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가치는 타사와 비교해 어떤 점이 차별화되나.

“올버즈의 지속 가능성 전략은 3가지 우선순위에 중점을 둔다. 재생 농업, 재생 가능 재료 및 책임 있는 에너지 정책 등이다. 올버즈는 2025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내부적으로 세운 목표 대비 절반으로 줄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엔의 지속 가능 개발 목표(SDGs)를 지속 가능성 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또 공정 노동, 물, 화학제품, 동물 복지 및 추적 가능성·투명성 등 5가지 주요 주제를 선정해 관리한다.”

- 최근에는 의류 등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 소개해달라.

“의류 제품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신발 브랜드임에는 변함이 없다. 신발을 주력으로 하되 올버즈와 관련성이 높은 운동 등에서 신발과 매칭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론칭한 내추럴 런 컬렉션 등을 통해 퍼포먼스웨어 시장에 진출하기도 했고, 신발 라인업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 한국 시장에서도 지속 가능한 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올버즈에서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알려달라.

“한국 시장은 세계 패션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트렌드를 리딩하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작게는 동아시아, 크게는 범아시아로의 트렌드는 한국이 이끌고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올버즈는 한국 시장을 매우 중요하면서 전략적으로 꼭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보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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