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투자상품 핵심설명서' 마련 분주…"가이드라인 제공 필요"

은행팀 =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대한 6개월 계도 기간이 끝나고 규제 위반 적발 시 본격 제재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은행권이 금융상품 판매 시 고객에 대한 설명 의무 이행 등과 관련한 막바지 제도 정비에 한창이다.

은행들은 계도 기간 금융당국이 각종 가이드라인을 주긴 했으나, 실효성 있는 방안이나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은 부분들이 여전히 있어서 실무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당국에 '투자성 상품 핵심설명서'와 관련한 표준양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달라고 추가 요청을 했으나 '핵심설명서는 상품 판매사들이 이미 제공된 지침에 따라 상품 특성에 맞게 작성하는 게 맞다'는 것이 당국 입장이어서 뒤늦게 은행들이 각자 부랴부랴 '핵심설명서' 제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금소법 시행 초반 은행에서 예·적금, 펀드 가입에만 1시간 안팎이 소요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던 점은 "일부 해소될 것", "단축이 불가능할 것" 등 전망이 엇갈렸다.

25일 금소법 전면시행…'은행 펀드가입 1시간' 나아질까(종합)
◇ 금소법 계도기간 끝…은행, 상품판매 설명의무 관련 제도 막판 정비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4일 총 6개월의 금소법 계도 기간이 종료되고 25일부터 금소법이 전면 시행된다.

지난 3월 25일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사 영업현장에서 길어진 금융상품 설명 시간, 부적합한 투자상품 판매 제한 등으로 혼선이 빚어지자, 금융당국은 이달 24일까지 금소법 시행으로 강화된 규제를 위반해도 원칙적으로 제재하지 않기로 했었다.

금소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은 상품 판매 절차 등에 대한 막바지 정비에 분주한 상태다.

그간 은행들은 고객이 상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서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작업 등을 해 왔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 모두 '투자상품 핵심설명서'를 마련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상 투자성 상품 설명서와 관련해 판매사가 여러 차례 금융당국에 질의했고 이런 부분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협회 등이 공동안 또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신해주기로 했으나, 유예기간 종료가 임박해 '주지 않겠다'고 최종 답이 왔다"며 "가이드라인 없이 판매사별로 투자상품 핵심설명서를 제작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금감원의 핵심설명서 표준양식이 만들어질거라 봤는데, 시행 한 달 전 갑자기 표준양식을 안 만든다고 해서 부랴부랴 양식을 개정하고 스크립트를 수정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관련 상품 설명서 표준안 7종이 8월말∼9월초 완성돼 이미 시행 중이고, 투자성 상품은 처음부터 핵심설명서 안을 만드는 대상에 없었다"며 "7월에 은행에 제공한 설명의무 가이드라인에 상품설명서 작성에 대한 내용이 다 반영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 "금융투자상품은 판매사가 위험 등급을 정해서 기재하게 돼 있다"며 "금융투자상품의 핵심설명서는 맨 앞부분에 소비자 민원이 가장 빈발하는 점이나 투자상품에 대해서 한 눈에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라 공식 서식과 관계 없이 은행 스스로 핵심 설명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소법상 설명의무 강화로 은행에서 예·적금, 펀드 등 금융상품 가입에 장시간이 걸리던 현상이 나아질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한 은행 관계자는 "표준판매 절차와 금소법상 설명 의무 준수를 위해서는 상품 가입 시간 단축이 불가능하다"며 "'핵심설명서 신설'로 설명해야 할 항목이 추가돼 상품 가입 소요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봤다.

반면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중요한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설명 스크립트를 핵심 내용 위주로 간추려 간소화했다"며 "직원의 녹취 부담을 덜어주도록 녹취 단계를 축소하고 고객의 응답 횟수를 최소화한 만큼 실제 상품 판매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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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들 "당국 지침 불명확한 부분 있어…보수적 운용 불가피"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회사의 업무처리 기준 마련을 위해 지난 7월 '설명 의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금소법 관련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하고, 추가로 확인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 '금융회사 애로사항 신속처리 시스템'을 통해 수시로 법령 해석을 제공해 왔다.

예컨대 은행에서 '투자성 상품 가입을 위한 투자성향 분석 시 유효기간 이내의 과거 투자성향 분석 결과를 재사용하려 할 경우 재사용 동의만 받으면 될지, 녹취 과정을 통해 모든 설문항목을 다시 설명하고 제사용 동의를 받을지' 질문하자 "소비자 정보의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적합성 평가를 갈음할 수 있고 녹취할 필요가 없다"는 답을 내놨다.

또 '투자자 적합성 평가 횟수'에 대해서는 "대면과 비대면 평가 결과를 호환할 수 있고, 비대면으로는 최대 3회까지 평가가 가능하며, 고령자 등 금융취약층에 대해서는 금융사들이 자체 기준을 마련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당국 지침에 여전히 불명확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 시행과 제도 변화에 따른 관리 책임을 금융회사에만 지우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례로 투자상품 가입을 위해 평가등급을 임의로 상향시키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다면서도 비대면 평가는 3차례 가능하게 했는데, 고객이 고위험 상품에 가입하려고 비대면 평가를 3차례에 걸쳐서 하면서 등급을 상향한 경우 금융사가 고객의 임의 상향이 아니란 증빙을 어떻게 남기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대면 프로세스 등 세부 절차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가 없는 상태이며, 당국에서 제공한 가이드라인도 금융사들이 준비하기에 시간상으로 촉박해 충분한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대다수 은행은 나중에 감독기관 감사를 대비해 상당히 보수적인 관점에서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며 "금소법 감독 규정 등이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확정되고 그마저 얼마 안 가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소법 준비 과정에서 애매한 법 조항의 해석이나 실무 적용 방법 마련을 판매사별로 진행하다 보니 금융소비자보호 취지에 부합하는 판매 절차 등이 마련되지 못했다"며 "정부와 감독당국 주도로 기본적인 실무 처리 방법, 판매 절차 등에 대한 기본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