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잠재성장률…한은 "올해와 내년 2%로 급락"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올들어 2%까지 추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초반에는 5%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코로나19와 '인구절벽' 영향이 겹치면서 급감했다. 최악의 경우 2030년 잠재성장률이 0%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3일 발표한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경제의 잠재성장률 재추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을 투입해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부작용 없이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말한다. 취업자(노동 투입)와 설비·건설투자(자본 투입), 기술혁신·제도·법(총요소생산성) 등의 변수로 구성된다.

한은이 추정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연평균 5.1%
2006~2010년 4.1%, 2011~2015년 3.2%, 2016~2020년 2.6%로 매년 하락했다. 2019년~2020년에는 2.2%, 2021~2022년은 2.0%로 재차 떨어졌다.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한은이 2019년에 발표한 수치(2.5~2.6%)도 밑돈다.

잠재성장률 하강 속도가 추정치보다 빨라진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컸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비롯한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면서도 "감소폭의 상당부문은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코로나19로 2019~2020년과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이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깎였다고 추정했다.

코로나19로 일부 공장의 가동이 멈추면서 부품과 중간재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생산라인의 가동률이 떨어졌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비와 직원교육비도 불어났다. 코로나19에 따른 구조적 실업도 증가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구직기간이 넉달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월평균 4만9000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면서 육아 부담이 커지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떨어졌다.투자·고용이 줄어든 데다 생산성도 약화되는 경로로 잠재성장률을 갉아 먹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한은보다 더 낮게 봤다. IMF는 2020~2022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1.8%로 한은(2.0%)보다 0.2%포인트 낮게 추정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다른 나라의 2020~2021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도 큰폭 떨어졌다. 각국 중앙은행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잠재성장률 감소폭은 0.1%, 영국은 2.1%포인트, 일본은 0.6%포인트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국적을 막론하고 경제에 비슷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결과다.

한은은 코로나19 충격이 수그러들면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회복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인구절벽이라는 한국의 구조적 요인은 변수다. 그만큼 잠재성장률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 통계청 인구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3579만 명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25년에는 3415만 명으로 164만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앞으로 5년 동안 대전시 인구(지난해 말 기준 148만777명) 규모가 증발하는 것이다. 2030년에는 3223만 명, 2040년에는 2703만 명으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현재 2.5%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이 저출산·고령화 등 여파로 2030년 0.97%로 추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원석 한은 조사국 전망모형팀 과장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서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투자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용여건이 취약해진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