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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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리직원까지 현지 공장에서 이탈할 정도로 심각합니다.”(국내 패션업계 관계자)

베트남발(發) 생산 차질이 국내 의류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베트남 공장의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가을 의류뿐 아니라 겨울 제품도 제때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아웃도어업체들은 당장 겨울철 최대 품목인 ‘패딩’을 받지 못할까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베트남 공장 '셧다운'…아웃도어 '겨울옷 대란'

베트남발 생산 차질에 실적 악화

12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2코리아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8.2% 떨어졌다. 경쟁업체인 아이더의 지난달 매출도 전년 대비 6% 하락했다. 베트남 공장 가동 중단으로 가을옷 출시가 한 달가량 밀린 영향이 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에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되면서 남부 호찌민 공장이 전면 셧다운됐다”며 “가을옷 출시가 늦어지면서 판매에 악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의류패션 분야에서 중국에 이은 ‘제2 세계의 공장’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베트남 업체와 계약을 맺고 옷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3조6200억원어치의 의류를 베트남에서 수입해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베트남 의존도가 높다.

베트남 현지 코로나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어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베트남의 하루 확진자는 1만2680명까지 치솟았다. 확산세가 거센 남부 호찌민에 있는 의류 공장은 전부 문을 닫아 주재원도 공장 밖으로 이동했다. 베트남에서 신발을 생산하는 프로스펙스 관계자는 “호찌민에서 상황이 나은 북부 하노이로 물량을 전부 돌리고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회사를 비롯한 패션업체는 당장의 생산공장 변경으로 급한 불만 끄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통상 가을옷은 3~5월에 만들어져 9월부터 판매되는데 이제야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체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발생할 ‘의류 쇼티지’를 막기 위해 일단 인기 의류를 먼저 들여오고 비인기 의류는 예약제로 주문을 받는 등 재고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K2코리아 관계자는 “주력 제품은 북부 하노이에서 생산해 입고 지연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패딩’ 대목 앞두고 아웃도어업체 초비상

겨울철 패딩 판매가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아웃도어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가을·겨울 의류 판매가 연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이랜드그룹과 휠라 등 의류 기업은 생산업체를 다른 해외 공장으로 돌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가을옷은 이미 나와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 확산이 더 심각해지면 겨울옷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도 의류를 생산 공장이 있지만 퇴사하는 직원이 나올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도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나이키와 갭, 캘빈클라인, 토미 힐피거 등 미국 소비재 기업 모두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체 물량의 30%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 공급 불안으로 나이키 등 해외 의류업체 주가는 대부분 하락세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의류 생산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하기까지는 적어도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한국 직원은 베트남 등 현지 생산공장에서 한 달 이상 고립 생활을 하고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