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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Non-Fungible Token)의 월간 거래액이 한 달 만에 5배 이상 상승하며 조(兆) 단위 시장으로 커졌다. 디지털상 존재하는 '데이터 조각'에 어떻게 이런 가치가 형성되는 것일까.
NFT란 고유성이 존재하는 '대체 불가능 토큰'이며, 블록체인상에 존재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소유권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그 고유성이 증명된다. 2017년 대퍼랩스(Dapper Labs)의 크립토키티(CryptoKitty)로 인해 게임 아이템으로 일반화되어 알려지게 된 NFT의 존재는 4년이 지난 지금 프로농구 리그 하이라이트 클립을 토큰화한 NBA 탑샷(Top Shot), 픽셀 캐릭터를 토큰화한 크립토펑크(Cryptopunk), 디지털 아트를 토큰화한 아트 블록스(Art Blocks), 가상세계 내 부동산을 토큰화한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최초의 트윗'의 소유권을 담은 NFT 등 더욱 다양한 목적을 가진 하나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NFT는 크게 '수집형'과 '사용형' 두 가지로 분리할 수 있으며, 목적에 따라 가치가 형성되는 이유가 상이하다.
수집형 NFT는 보유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토큰이다. 수집형은 예술작품, 유명인사들의 굿즈, 기념 컨텐츠 등을 포함한 희소성 있는 컨텐츠를 주로 담고 있다. 가치 평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수집형 NFT들은 상상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약 6900만달러(약 785억원)에 거래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높은 가치로 거래되었을까. 핵심은 '다수의 공감'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컨텐츠의 보편성이나 단순 취향을 넘어, 기반이 되는 기술의 목적과 부합하는지, 소유를 통해 어떤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치관, 재산규모, 전문지식, 사회적 지위 등), 다수가 따르는 인물의 소유 이력(ownership history)이 있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며, 결국 이는 수요와 거래라는 정량화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결국 공감은 수요로, 수요는 높은 가치로, 이는 다시 공감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로 지속적인 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NFT 시장은 새롭게 형성된 시장이다. 고가로 거래되는 몇몇 NFT를 보며 일부 유저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서, 혹은 새로운 자산의 형태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서 거래를 하며, '투기성'을 반영한 가치가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유저들의 시장에 대한 학습 및 적응이 이루어지고 시장이 안정화된 이후에도, 현 시점에 거래된 자산들이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들의 '지속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텐츠는 무엇일지 판단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단기간에 커뮤니티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와해되길 반복되는 시장 경향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로열티 강한 커뮤니티와 팬덤이 있는 IP·컨텐츠로 발행한 NFT나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미가 강력한 NFT가 지속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치를 유지하며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형 NFT는 어떤 서비스나 파트너사와 연계됐는가, 또 NFT 사용으로 어떤 혜택이나 이득을 볼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책정된다. 이러한 NFT는 게임 아이템, 소셜서비스 내 뱃지, 한정판 음원 다운로드 권한, 할인 쿠폰, 지분에 따른 수익 분배 등을 포함한 사용성을 가질 수 있다. 사용형 NFT의 가치는 연계되어 있는 서비스의 사업 현황이나 유저 규모에 영향을 받는다. 만일 취득 가능한 혜택 및 이득이 제한적일 경우 가치 변동 범위가 대략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메타버스가 그 케이스이다. 코로나 이후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자리잡은 로블록스(Roblox)의 경우 2020년에만 유저 수가 85% 이상 증가했고, 2021년 초에는 4200만명의 일간 유저를 기록했다.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디지털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더 샌드박스나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과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서는 메타버스 내의 랜드를 NFT로 판매한다. 유저들은 랜드에서 타 유저들과 소통하거나, 물건을 제작하거나, 판매를 통한 경제 활동 등을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취득되는 자산들은 암호화폐거래소 및 NFT 마켓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가상자산이 현실세계의 자본과 연계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를 포함한 디지털상의 사적 공간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트래픽 증가에 따른 경제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NFT의 가치 잠재력은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상에서는 공간 확장의 제약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건전한 경제권 형성을 위한 공급량 조정 및 이를 결정하는 주체 등의 요소들에 따라 관련 NFT의 가치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NFT의 가치는 위와 같은 다양한 이유들로 형성되지만, 이는 모두 '유동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유동성이 보장되어야 높은 대가를 지불하여 NFT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NFT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선 유저 접근성이나 사용성을 증가시켜 더 많은 기여자들을 확보해 시장 변동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규제 이슈 등에 따른 사업 및 거래 중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라인 블록체인은 2021년 사업계획을 통해 NFT 관련 서비스의 확장을 예고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의 개발, 서비스와의 연계,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등을 고려하여 NFT 마켓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에서 월렛 서비스 내에 NFT 마켓을 베타 런칭하고, '야후 옥션'과 연계해 일본 시장에서 NFT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내·외부 파트너사들과 NFT 사업 연계 방안을 협의해 거래 활성화 및 NFT 가치 형성을 위한 방안들을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도 라인은 다양한 NFT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고자 한다.
정아름 언블락 링크·라인 블록체인 사업 개발 담당자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법인 라인테크플러스와 블록체인 토큰 컨설팅 법인 언블락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에 라인에 입사하여 블록체인 플랫폼 및 링크(LINK) 사업에 대한 전략과 사업개발을 담당해왔으며, 일본 및 글로벌에서의 라인 블록체인 토큰 이코노미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및 투자 스타트업인 블로코어(Blocore)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한 바 있다.
▶9월 1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월스트리트저널의 부동산(Real Estate) 섹션에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럭셔리 하우스들의 매매 소식이 올라온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수백평짜리 맨션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런 곳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 이런 주택들을 누가 매매했는지도 기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이다.작년 8월에는 콜로라도주 이글 카운티에 있는 베일(Vail)이라는 작은 마을의 산속 별장 한 채가 5725만달러(약 670억원)에 거래되어 화제였다. 집을 매수한 사람은 인스크립타(Inscripta)라는 바이오테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네스(Kevin Ness)라는 사람이다. 과학자들을 위한 DNA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그의 회사는 작년 여름 시리즈D 라운드 펀딩에 성공하였으며 지금까지 총 2600만달러(약 30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올해 6월에는 같은 콜로라도주의 아스펜(Aspen)이라는 마을에 위치한 700평 규모의 맨션이 7250만달러(약 850억원)에 거래되었다. 매수자는 캐나다 프로 하키선수 출신의 창업가인 패트릭 도비지(Patrick Dovigi)로, 그의 자산가치는 2017년 기준 10억8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18년 캐나다 100대 부자 리스트에서 97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여러 채의 집을 보유하는 이유가 뭘까?월스트리트저널에서 소개된 위 럭셔리 맨션들은 모두 로키산맥이 위치한 콜로라도주에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키 리조트들이 즐비하여 스키 시즌만 되면 평균 160만명이 방문하는 스키어들의 성지이다. 자산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자들이 이런 휴양지에 '세컨드 홈'을 마련하는 것은 어찌보면 이해할 만하다. 여름에는 하와이 호놀룰루의 수영장 딸린 저택에서 휴양을 하고, 겨울에는 로키산맥에 있는 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가족들과 함께 별을 구경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그러나 가족들과 안락한 휴가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집을 사지 않고 비싼 호텔이나 리조트를 예약해도 된다. 집을 한 채 더 살 때마다 발생하는 각종 세금과 부수적인 비용들을 생각하면, 부자들이 단지 안락한 휴가를 보낼 곳을 마련하고 싶어서 1년에 고작 한두 달 머물까 말까 한 집을 추가로 구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부자들은 주변에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러 궁전 같은 집을 사 모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갈수록 확산되는 고가 부동산 투기 열풍을 설명할 수는 없다. 화폐가치 절하가 문제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미국 중앙은행(Fed)은 약 5조달러(약 5800조원) 규모의 달러를 신규로 발행했다. 팬데믹이 발생하기 직전 Fed의 자산이 4조달러 규모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달러의 유통량이 두 배가 넘게 불어난 것이다. 급격한 통화량 확장은 심각한 화폐의 구매력 하락을 불러왔다. 미국의 연방 노동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 중앙은행이 처음 생긴 1913년 1달러짜리 지폐 한 장의 구매력은 26.14달러(약 3만원)이었으나 현재는 1달러(약 1200원)까지 내려가 무려 2400%가 절하된 상태다. 게다가 작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크게 늘어난 신규 유동성은 달러의 구매력 하락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이 와중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연 0%까지 낮춰놓았다. 그러니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당연히 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금융권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2020년 초부터 일제히 연 0%대로 내려갔다. 미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대표적인 대형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정기예금 금리는 겨우 연 0.01~0.05% 수준이다. 가뜩이나 화폐의 구매력 감소로 현금성 자산 가치가 절하되는 마당에 은행 이자마저 바닥 수준이다보니, 부자들은 인플레이션 대비 자산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대안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부자들이 굳이 높은 세금과 부수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명 휴양지나 인구 밀집지역에 고가 부동산을 사는 이유는 자신들의 자산가치를 유지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부동산 투자 기회, 누구에게나 열려있지 않아이런 부자들의 수요를 일찌감치 파악한 미국 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부동산을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다. 이렇게 매수한 부동산은 리츠(REITs)라고 불리는 부동산 신탁펀드에 담겨 투자상품으로 판매되는데, 부동산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이자 형태로 지급되는 데다 부동산 매물이 팔릴 때 생기는 수익금은 배당 형태로 지급되어 안전하면서도 고수익이 가능한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가 높은 상품일수록 항상 부자들에게 먼저 투자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고수익 부동산 상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국내 모 은행의 고액자산가 대상 웰스 매니지먼트 센터의 경우 은행 예치 잔고가 최소 30억원 이상인 고객만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더 큰 문제는 블랙록 같은 기관이 시장에서 매물을 싹쓸이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기 때문에 일반 중산층 국민들은 집을 살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엄격한 대출 규제까지 있는 나라의 경우, 현금 가용 능력이 부족한 중산층이 빠르게 달아나는 집값을 따라잡을 방법은 거의 없다. 이것이 바로 한 나라의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될수록 부자와 서민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이다. 자산을 보유한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고, 자산이 없는 중산층은 더욱 가난해지게 된다. 모두를 위한 대체투자처, 비트코인지난 9월 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향후 2년 간 캐나다에서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를 금지하며, 현재 외국인 소유 부동산 중 사람이 살지 않아 장기간 비어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