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6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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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가 [한경 코알라]
NFT(Non-Fungible Token)의 월간 거래액이 한 달 만에 5배 이상 상승하며 조(兆) 단위 시장으로 커졌다. 디지털상 존재하는 '데이터 조각'에 어떻게 이런 가치가 형성되는 것일까.

NFT란 고유성이 존재하는 '대체 불가능 토큰'이며, 블록체인상에 존재하는 디지털 자산이다. 소유권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투명하게 공개됨에 따라 그 고유성이 증명된다. 2017년 대퍼랩스(Dapper Labs)의 크립토키티(CryptoKitty)로 인해 게임 아이템으로 일반화되어 알려지게 된 NFT의 존재는 4년이 지난 지금 프로농구 리그 하이라이트 클립을 토큰화한 NBA 탑샷(Top Shot), 픽셀 캐릭터를 토큰화한 크립토펑크(Cryptopunk), 디지털 아트를 토큰화한 아트 블록스(Art Blocks), 가상세계 내 부동산을 토큰화한 더 샌드박스(The Sandbox), '최초의 트윗'의 소유권을 담은 NFT 등 더욱 다양한 목적을 가진 하나의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NFT는 크게 '수집형'과 '사용형' 두 가지로 분리할 수 있으며, 목적에 따라 가치가 형성되는 이유가 상이하다.

수집형 NFT는 보유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토큰이다. 수집형은 예술작품, 유명인사들의 굿즈, 기념 컨텐츠 등을 포함한 희소성 있는 컨텐츠를 주로 담고 있다. 가치 평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수집형 NFT들은 상상 이상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플(Beeple)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약 6900만달러(약 785억원)에 거래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높은 가치로 거래되었을까. 핵심은 '다수의 공감'이다. 공감이라는 것은 컨텐츠의 보편성이나 단순 취향을 넘어, 기반이 되는 기술의 목적과 부합하는지, 소유를 통해 어떤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가치관, 재산규모, 전문지식, 사회적 지위 등), 다수가 따르는 인물의 소유 이력(ownership history)이 있는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되며, 결국 이는 수요와 거래라는 정량화된 결과물로 나타난다. 결국 공감은 수요로, 수요는 높은 가치로, 이는 다시 공감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로 지속적인 가치를 형성하게 된다.

현재 NFT 시장은 새롭게 형성된 시장이다. 고가로 거래되는 몇몇 NFT를 보며 일부 유저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서, 혹은 새로운 자산의 형태에 대한 단순 호기심에서 거래를 하며, '투기성'을 반영한 가치가 시장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유저들의 시장에 대한 학습 및 적응이 이루어지고 시장이 안정화된 이후에도, 현 시점에 거래된 자산들이 장기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국 사람들의 '지속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컨텐츠는 무엇일지 판단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위에 언급한 이유들로 단기간에 커뮤니티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와해되길 반복되는 시장 경향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로열티 강한 커뮤니티와 팬덤이 있는 IP·컨텐츠로 발행한 NFT나 사회적으로 가지는 의미가 강력한 NFT가 지속적인 공감을 이끌어내고 가치를 유지하며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형 NFT는 어떤 서비스나 파트너사와 연계됐는가, 또 NFT 사용으로 어떤 혜택이나 이득을 볼 수 있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게 책정된다. 이러한 NFT는 게임 아이템, 소셜서비스 내 뱃지, 한정판 음원 다운로드 권한, 할인 쿠폰, 지분에 따른 수익 분배 등을 포함한 사용성을 가질 수 있다. 사용형 NFT의 가치는 연계되어 있는 서비스의 사업 현황이나 유저 규모에 영향을 받는다. 만일 취득 가능한 혜택 및 이득이 제한적일 경우 가치 변동 범위가 대략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메타버스가 그 케이스이다. 코로나 이후 대표 메타버스 서비스로 자리잡은 로블록스(Roblox)의 경우 2020년에만 유저 수가 85% 이상 증가했고, 2021년 초에는 4200만명의 일간 유저를 기록했다. 사람들의 활동 범위가 디지털 세계로도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더 샌드박스나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등과 같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서는 메타버스 내의 랜드를 NFT로 판매한다. 유저들은 랜드에서 타 유저들과 소통하거나, 물건을 제작하거나, 판매를 통한 경제 활동 등을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취득되는 자산들은 암호화폐거래소 및 NFT 마켓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가상자산이 현실세계의 자본과 연계될 수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이와 같이 메타버스를 포함한 디지털상의 사적 공간을 소유할 수 있게 되고, 트래픽 증가에 따른 경제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NFT의 가치 잠재력은 쉽게 예측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디지털상에서는 공간 확장의 제약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건전한 경제권 형성을 위한 공급량 조정 및 이를 결정하는 주체 등의 요소들에 따라 관련 NFT의 가치가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사료된다.

NFT의 가치는 위와 같은 다양한 이유들로 형성되지만, 이는 모두 '유동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유동성이 보장되어야 높은 대가를 지불하여 NFT를 보유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NFT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선 유저 접근성이나 사용성을 증가시켜 더 많은 기여자들을 확보해 시장 변동 리스크를 낮춰야 한다. 규제 이슈 등에 따른 사업 및 거래 중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명하고 건전한 거래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라인 블록체인은 2021년 사업계획을 통해 NFT 관련 서비스의 확장을 예고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속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컨텐츠의 개발, 서비스와의 연계, 안정적인 유동성 공급 등을 고려하여 NFT 마켓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에서 월렛 서비스 내에 NFT 마켓을 베타 런칭하고, '야후 옥션'과 연계해 일본 시장에서 NFT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또한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내·외부 파트너사들과 NFT 사업 연계 방안을 협의해 거래 활성화 및 NFT 가치 형성을 위한 방안들을 도모하고 있다. 앞으로도 라인은 다양한 NFT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고자 한다.

정아름
언블락 링크
·라인 블록체인 사업 개발 담당자

라인의 블록체인 사업법인 라인테크플러스와 블록체인 토큰 컨설팅 법인 언블락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에 라인에 입사하여 블록체인 플랫폼 및 링크(LINK) 사업에 대한 전략과 사업개발을 담당해왔으며, 일본 및 글로벌에서의 라인 블록체인 토큰 이코노미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팅 및 투자 스타트업인 블로코어(Blocore)에서 사업 개발을 담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