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족 보행 로봇 '스폿'. 사진=연합뉴스
4족 보행 로봇 '스폿'. 사진=연합뉴스
로봇 기술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진이 내년 흑자전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해마다 적자에 허덕이던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창립 30년 만에 흑자전환하면 글로벌 로봇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4족 보행 로봇 ‘스폿’을 상업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뒤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로봇 개’로 유명한 스폿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수백 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로봇은 화학공장, 원자력 시설 등 위험한 지역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사람이 가기 어려운 험지를 탐색하는 일 등을 맡고 있다.

로봇 성능을 고도화하고 가격을 낮춘다면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플레이터 CEO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상용화가 성공할 것으로 본다”며 “로봇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관련 사업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는 박스를 들어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물류 로봇 스트레치가 상용화된다. 20㎏ 넘는 상자를 들고, 한 시간에 800개의 박스를 옮길 수 있는 스트레치는 스폿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세계에서 1년에 5000억 개 이상의 물류 상자가 이동하는데, 상자를 트럭에 싣거나 내리는 건 대부분 사람 몫이다. 회사 측은 이날 로봇 렌털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싼 가격(스폿 기준 개당 약 8000만원)을 부담스러워하는 구매 희망자를 위해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경영진은 대량생산 역량을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플레이터 CEO는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나아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훌륭한 보금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현대자동차(30%)와 현대모비스(20%), 현대글로비스(10%), 정의선 회장(20%)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지분 80%를 8억8000만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대 과제는 상용화와 흑자전환”이라며 “이전에 회사 경영권을 갖고 있던 구글, 소프트뱅크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제조 분야의 노하우와 대량생산 역량이 있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