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업계가 e커머스(전자상거래) 격변기 속에 독자 생존을 위한 활로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쿠팡 등 e커머스업체는 코로나19 이후 모든 연령대의 소비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업체들은 라이브커머스를 앞세워 TV홈쇼핑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다. 50대 이상 중년층 기반의 홈쇼핑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롯데홈쇼핑·CJ온스타일·GS샵 등 간판 3사가 저마다의 색깔을 내세운 변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타버스’에 꽂힌 롯데홈쇼핑, ‘라이브방송’으로 승부수를 띄운 CJ온스타일, 리테일 부문과의 통합 시너지를 꾀하는 GS리테일 등 3사 3색의 생존 전략이 주목되는 이유다.

롯데홈쇼핑, 메타버스 플랫폼 만든다

"e커머스 따라잡겠다" 홈쇼핑 3사의 반격
롯데홈쇼핑은 영상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포바이포’에 30억원을 투자했다고 9일 밝혔다. 포바이포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영상을 초고화질로 개선해 실감형 콘텐츠를 만드는 기업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참여한 ‘8K 협회’에 국내 콘텐츠 회사 중 처음으로 가입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이번 투자에서 염두에 둔 건 향후 직접 구현할 메타버스 플랫폼의 그래픽 수준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메타버스 관련 기술·서비스를 담당하는 ‘메타버스 전담팀’을 꾸리고 메타버스 쇼핑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가 아바타가 돼 쇼호스트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서비스를 올해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1일에는 사람의 모습을 한 가상 모델 쇼호스트 ‘루시’를 공개하고 영화 제작사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시각 특수효과 기업 엔진비주얼웨이브와 함께 루시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점포를 연 BGF리테일 등처럼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플랫폼과 캐릭터를 구축해 새로운 쇼핑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라방 주력하는 CJ, 통합 시너지 내는 GS

CJ온스타일은 최근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설명회를 라이브커머스로 열겠다고 발표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지원자를 공략할 방안이자 회사의 주요 사업을 지원자들이 직접 경험해보라는 차원에서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월 TV와 T커머스, 온라인 채널을 통합하며 라이브커머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시간 소통으로 젊은 층이 주목하면서도 방송 기반이 있는 홈쇼핑이 유리한 분야라는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올초 롯데백화점에서 라이브 방송 등을 기획한 김명구 최고정보책임자(CIO)를 e커머스사업부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최근 자체 상표(PB) 전용 라이브커머스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등 사업을 넓히고 있으며 연내 추가 개편할 계획이다.

CJ온스타일은 라이브커머스 인력 충원 및 육성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통합 플랫폼을 출범한 지 한 달 만인 지난 6월 모바일라이브팀을 사업부로 승격했다. 한 개였던 콘텐츠 제작팀은 디지털·식품, 리빙, 패션·뷰티 등 세 개로 세분화했다.

GS샵은 지난 7월 GS리테일에 합병된 후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편의점을 기반으로 한 전국 유통망 등 GS샵이 갖지 못했던 자산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통합 GS리테일은 배달 플랫폼 요기요 인수에 참여하고, 통합 플랫폼 ‘마켓포’ 론칭을 준비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그룹 통합 간편결제 시스템 GS페이도 내놨다. 반려동물 플랫폼 펫프렌즈 등 GS샵이 지분 투자한 벤처기업을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여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