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역량 높이고 첨단선박 개발 늘려 '세계 1등' 재도약
훈풍 부는 K-조선, 친환경·스마트 기술 앞세워 기세 잇는다
정부가 9일 발표한 'K-조선 재도약 전략'은 시황 회복세를 기회로 삼아 고부가·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우리 조선산업을 세계 1등으로 키우기 위한 종합 대책이다.

충분한 인력을 양성하고 디지털화를 확대해 생산역량을 높이는 한편, 친환경·스마트 선박의 개발·보급을 늘려 글로벌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전략대로라면 2030년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생산성은 지금보다 30% 향상된다.

또한 친환경 선박과 자율운항 선박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66%에서 75%로, 0%에서 50%로 확대될 전망이다.

◇ 세계 선박시장 회복세…한국 조선에도 '훈풍'
최근 세계 선박 시장은 고부가·친환경 선박을 중심으로 시황이 회복세를 보인다.

고부가가치 선박은 VLCC(20만DWT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1만2천TEU 이상), 대형 LNG운반선(174㎦ 이상)을 의미하며 친환경 선박은 LNG·LPG 추진선 등 저탄소 선박과 수소·암모니아 추진선 등 무탄소 선박을 포함한다.

실제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9년 3천9만CGT에서 지난해 2천264만CGT까지 줄었다가 올해 1∼7월 3천21만CGT로 반등했다.

전체 발주량 중 고부가·친환경 선박 비중은 2019년 26%·30%에서 2020년 38%·34%, 올해 1∼7월 48%·34%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주 물량은 2019년 947만CGT에서 지난해 811만CGT로 감소했으나 올해는 7월까지 1천285만CGT를 달성하며 이전 실적을 훌쩍 뛰어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부가·친환경 선박은 우리 조선산업이 경쟁우위를 가진 분야여서 최근 수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지금이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략을 마련한 데는 조선업계의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조선업은 선박 수주에서 설계, 건조, 인도에 이르기까지 2∼3년이 걸린다.

수주 확대가 생산인력 수요 증가 및 경영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 오랜 시차가 있는 것이다.

우리 조선업은 작년 하반기까지 수주 실적이 저조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발생한 수주실적 개선의 효과는 2023년부터야 기업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인력 퇴출 압력이 생겼다가 내년부터는 다시 인력 수요가 늘면서 '보릿고개'를 겪는 등 인력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원활한 인력수급 지원하고 디지털 전환 촉진
정부는 조선업의 수주 실적을 뒷받침할 충분한 생산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인력수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고용노동부가 훈련비와 인건비를, 지자체가 4대 보험료를 지원하는 '경남형 고용유지모델'을 울산, 부산, 목포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퇴직자 재고용 기업에 최대 8개월간 월 30만∼50만원의 채용장려금을 지급하고 퇴직 기술인력을 중소 조선사 설계·엔지니어링 서비스 지원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규 인력 유입도 늘린다.

생산기술 인력양성 교육사업 규모를 내년에 2천660명까지 늘리고 월 100만원을 2개월간 지급하는 '신규채용자 인센티브'를 신설한다.

협력사 직원 주거, 의료비·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도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효과적인 인력관리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

이를 위해 도장 분야 외국인 근로자 전문취업 비자(E-7)를 매년 300명 규모로 신설한다.

이달 중 조선업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을 구축하고 현대중공업의 미래인력양성센터 설립을 계기로 민관 공동 인력양성 로드맵을 수립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기반 생산역량도 강화한다.

로봇용접 등 인력 부족 분야의 디지털화를 우선 추진하고 야드 내 물류·생산 전 공정을 자동화하는 스마트야드를 구축한다.

전남 영암에는 중소조선소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스마트 공유생산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기자재 업계도 인력 유출 분야를 대상으로 제조공정 자동화를 시범 추진하는 한편, 기자재 생산에 특화한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을 검토한다.

훈풍 부는 K-조선, 친환경·스마트 기술 앞세워 기세 잇는다
◇ 친환경·스마트화 선도…산업 생태계도 육성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개발·보급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연료탱크 등 LNG추진 선박의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고도화하고 LNG 벙커링(연료공급) 실증을 위한 전용 선박을 내년에 2척 건조한다.

울산 등지에는 2024년까지 육상 LNG 벙커링 터미널을 구축한다.

또한 2030년까지 88척의 공공부문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고 민간부문 140척의 선박도 전환을 촉진할 방침이다.

수소 추진선은 2026년까지 연안선 실증을 벌이고 대양선 핵심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2026년까지 추진시스템 개발 후 실증에 나선다.

자율운항 선박과 관련해선 정부가 2025년까지 1천603억원을 투입해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내년 6월까지 울산에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2023년까지 관련 법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자율운항 선박 개발 및 국제표준화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업계 지원책도 추진한다.

수주역량을 높이고자 LNG선박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친환경 중소형·공공선박 표준선형 개발 및 설계·엔지니어링을 지원한다.

2030년까지 국가 관공선 전체의 약 83%인 388척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해 수요 기반을 넓힐 방침이다.

이를 통해 중소 조선소는 2조4천억원의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기대된다.

이밖에 중소 조선소·기자재 업계에 대한 보증지원 한도 확대, RG(선수금환급보증제도) 활성화 등 금융 지원을 늘린다.

물류 지원 역할을 하는 해외거점은 현재 5개소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추가해 6개로 확대한다.

이번 전략과 관련해 정부와 조선업계는 이날 '건강한 조선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

정부-조선업계-학계 간 '조선해양산업 미래 인재 개발을 위한 협약'과 조선 3사-기자재 업계-해운업계 간 'K-스마트십 데이터 플랫폼 개발과 활용을 위한 협약' 체결도 이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