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인상 의지를 밝혔다. 최근 불어난 가계부채가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업계 안팎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은법 제96조 1항에 따라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통화정책 방향 등을 담아 작성한 뒤 매년 2회 이상 국회에 제출한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이주열 총재가 발언한 내용과 비슷하다. 오는 10월과 11월 중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가 가파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명분을 세웠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105.0%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대상국 43개국 중 6번째로 높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대출로 조달된 자금이 가계의 높아진 수익 추구 성향 및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결합되면서 자산시장으로 유입됨에 따라 금융 불균형 누적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근의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수익 추구 성향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가계의 대출수요가 크게 둔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또 오르나…'가계빚' 언급하며 신호탄 쏜 한은
이어 가계대출 증가세에 따른 금융 불균형이 쌓이면서 대내외 충격에 대한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상승 등 자산가격 거품과 부채 누증이 동반된 상황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 진폭이 확대되고 금융위기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금융 불균형 누증을 완화시키고 중장기적으로 경기 및 금융 변동성 축소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거시계량모형 분석 결과, 금융 불균형 측면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시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이 1차 연도에 각각 0.4%포인트, 0.25%포인트씩 둔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한은은 "거시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성장 및 물가의 흐름,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금리 방향은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인상 사이클로 들어온 것이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은 이미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했음에도 여전히 기조가 완화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