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광석 가격 안정으로 한숨 돌린 조선업계의 근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철강 원료인 원료탄(석탄)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철강재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철광석값 안정되니 석탄이 뛰네…머리싸맨 조선업계
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호주산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t당 283.81달러로 전일 대비 2.61% 상승했다. 한 달 전에 비해 28%, 연초 대비해선 174% 오른 가격이다. 같은 날 중국 칭다오항 철광석 가격은 t당 137.9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12일 고점(t당 237.57달러) 대비 42% 하락한 수준이다.

같은 철강 생산 원료인 원료탄과 철광석 가격이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의 결과물이다. 탄소 배출의 주범 취급을 받고 있는 석탄은 되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전력 수요로 인한 공급 부족분을 역설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이 채우고 있어서다. 탈석탄선언 이후 석탄 채굴 관련 신규 투자가 끊기면서 중장기적인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것도 석탄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석탄 가격 상승은 이를 산업용으로 가공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경기 회복기를 맞은 조선·자동차·건설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 증가와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인 중국과 호주 간 무역 분쟁 여파가 겹치며 더 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 제철용 원료탄의 가격 상승률(174%)이 전력용 연료탄의 상승률(117%)에 비해 높은 이유다.

이는 중국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 생산 감산에 나서자 급격히 떨어진 철광석 가격과는 대비된다. 중국의 철강 감산이라는 철강산업 내 수요 감소 압력보다 탄소중립의 ‘역설’로 이뤄진 석탄 가격 상승의 압력이 더 컸던 셈이다.

핵심 원자재인 후판 가격이 지난해 t당 50만원대에서 11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며 최악의 상반기를 보낸 조선업계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선가는 오르고 철광석 가격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떨어질 줄 모르는 원료탄 가격이 후판 등 강재 가격 하락 가능성을 낮추고 있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후판가는 해외 유통가에 비해 할인된 수준일 뿐 아니라 원료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어 내년에도 강재 가격 하락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판가 상승분을 미리 비용에 반영해 잠재적 위험을 제거한 뒤 최근 늘고 있는 수주를 바탕으로 점차 실적을 높이겠다는 조선3사의 전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3사는 상반기에만 총 3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가가 올라도 비용이 그 이상으로 오르면 의미가 없다”며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내년 다가올 보릿고개를 순탄하게 넘기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