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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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업체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영업 행위의 대부분을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봐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검토 결과가 7일 발표되자 핀테크업계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대폭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은행 창구에 큰 혼란을 불러왔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의 ‘깐깐한 잣대’가 이번엔 핀테크업계를 흔들고 있다.

금융상품 소개는 핀테크 기업의 핵심 수입원이다. 이들은 출범 초기 무료 송금, 간편결제 등을 내세워 가입자를 끌어모은 뒤 금융상품 추천으로 수익화를 노리는 게 일반적이다. 결제·송금은 다른 금융회사에 수수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는 서비스다. 그 대신 ‘규모의 경제’가 완성되면 이용자에게 보험, 펀드, 예금, 카드 등을 권유해 다른 금융사로부터 두둑한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된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점은 중개 행위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고 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상품으로 보험, 펀드, 카드 등을 꼽고 있다. 중개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부분을 모두 제거하고 나면 단순한 ‘광고 게시판’ 수준의 서비스로 전락한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자동차보험 비교 서비스를 준비하다가 광고냐 중개냐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자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중개로 못박은 이상 비슷한 사업을 다시 추진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투자’ 메뉴에서 펀드를 권유하는 카카오페이, ‘톱10 랭킹’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토스 등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이런 유형 역시 콕 찍어 중개로 적시했다.

떳떳하게 등록한 뒤 사업하고 싶어도 기존 금융법의 사각지대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핀테크 업체들은 법적으로 ‘전자금융업자’ 지위를 갖고 있는데, 현행 보험업법 등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자는 보험대리점(GA)이 될 수 없다. 금융위는 온라인 플랫폼도 GA로 등록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한 금융당국의 조치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단을 내리면 소비자가 각 금융사 홈페이지를 일일이 방문해 상품을 비교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동일영업 동일규제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빅테크가 수수료를 올리고 이것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등의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핀테크 의존도가 높은 중소 금융사에서는 “영업 채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임현우/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