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해석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이 관련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소비자가 뱅크샐러드 앱에서 추천 보험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금융당국이 7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금융상품 추천·비교 서비스를 ‘광고’가 아니라 ‘중개’로 해석하면서 핀테크 업체들이 관련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변경해야 하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금융소비자가 뱅크샐러드 앱에서 추천 보험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오는 25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등 빅테크(대형 IT기업)·핀테크 금융 플랫폼에서 이용자에게 펀드, 연금 등 다른 금융사 투자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없게 된다. 또 신용카드나 보험 상품을 연계 판매하는 것도 불법으로 간주된다. 금융사 상품 비교·추천을 통한 판매 제휴 영업을 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핀테크 업체들은 감독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플랫폼 존립 기반을 흔드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도 당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펀드·보험·카드 다 막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열고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법 적용 검토 결과를 현장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일부 플랫폼이 중개 서비스를 ‘단순 광고 대행’으로 보고 영업해왔지만, 검토 결과 미등록 중개 행위로 판단돼 시정을 요구했다”며 “금소법 계도 기간이 이달 24일로 종료되는 만큼 (유사 업체들도) 조속히 위법 소지를 해소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날 당국 지침에 따르면 금융 플랫폼이 타사 펀드·연금을 판매하는 행위가 사실상 어려워진다. 그동안 빅테크·핀테크 업체들이 광고로 판단했던 대부분의 영업 행위를 ‘중개’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플랫폼 첫 화면에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도 ‘미등록 중개’로 봤다. 이번에 시정 요구를 받은 업체는 첫 화면에서 ‘결제, 대출, 보험’ 등과 함께 ‘투자’ 서비스를 표시했다. 펀드 등 상품 정보를 확인하면 청약, 송금, 계약 내역도 한눈에 관리할 수 있는 형태다. 당국은 이에 대해 “소비자 시각에서 모든 계약 절차가 플랫폼 내에서 이뤄지는 데다 판매업자(금융사)는 화면 최하단에 가장 작게 표기했다”며 “판매 실적에 따라 수수료를 수령하므로 (미등록) 중개에 해당한다”고 봤다. 플랫폼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비자는 계약 주체를 플랫폼으로 오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당국 입장이다.
핀테크 "웬 날벼락"…펀드·보험 '추천 판매' 못한다
핀테크의 대표 서비스인 금융상품 비교·추천도 어려워진다. ‘A 플랫폼이 추천하는 인기 보험’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도 중개에 속한다는 해석이다. 금융상품 추천이 판매 과정 중 하나인 ‘잠재고객 발굴 및 가입 유도’에 해당한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같은 맥락에서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어려워진다. 플랫폼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OOO를 위한 신용카드’라는 형태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가입시키는 것도 중개 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특정 플랫폼을 통해 가입할 경우 그에 따른 혜택(현금 등)을 제공한다는 점도 감안했다”며 “특히 의무보험이나 신용카드는 그 구조가 단순한 만큼 플랫폼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측면이 있기 때문에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에 따른 부작용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단 타사의 금융상품을 모아서 단순 비교해주고, 해당 금융사 플랫폼으로 이동해 직접 가입하도록 하는 것은 금소법상 문제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계도 기간 2주 뒤 끝나는데…‘날벼락’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편익만 줄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금소법은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잇단 펀드 손실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됐다. 일선 은행 창구 등에서는 이에 따라 펀드 등 금융상품을 팔 때 강화된 판매 절차를 적용해왔다. 당국은 금소법 계도 기간을 6개월로 잡고 오는 24일까지는 관련 제재를 하지 않기로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기준을 최근에야 내놨다는 점이다. 금소법상 금융업자는 △직접판매업 △판매 대리·중개업 △자문업 등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중개’에 대한 정의 규정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탓에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금융상품 비교, 판매 연계 등 서비스도 최근까지 영업을 이어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도 기간 종료 2주 전에 갑자기 그동안 해온 영업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혼선도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중개 행위에 유의하라’고 안내했고, 지난달 일부 시정 대상 업체와 핀테크협회 측에 문제 소지가 있음을 전달했다”며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