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인해 정부로부터 매달 생활비, 주거비 등을 지원받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늘고 있다. 밀린 임차료와 인건비 등으로 폐업도 하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에 기대는 자영업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7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기초생활수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급권자의 지위가 자영업자(사업자)인 기초생활수급자는 2019년 말 2만1478명에서 지난해 말 3만1140명으로 1년간 45.0%(9662명)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7월 말까지 6872명(22.1%)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1년7개월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전락한 자영업자는 총 1만6534명으로 전체 자영업 수급자의 43.5%에 달했다. 자영업을 영위하는 기초생활수급권자 10명 중 4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규 편입된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양 의무자 기준이 2018년 폐지되는 등 수급자 선정 기준이 완화되면서 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기초생활수급자 증가 속도가 전체 기초생활수급권자와 비교해도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2017~2020년) 자영업 기초생활수급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29.1%로 전체 수급권자 증가율(10.5%)보다 세 배가량 높다. 지원 형태별로는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 네 가지 방식 중 주거급여와 생계급여 수급자가 특히 크게 늘었다. 주거급여 수급자는 2019년 말 9590명에서 2020년 말 1만8128명으로 89% 급증했다. 주거급여의 선정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한계에 봉착한 자영업자가 밀린 임차료와 인건비 등을 전부 갚지 못하면 폐업하고 새출발하기도 쉽지 않다”며 “이런 한계 자영업자들이 정부 지원책에 기대고 있다”고 해석했다.

고강도 코로나19 방역대책이 장기화할 경우 이런 한계 자영업자들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유 의원은 “주 52시간 제도,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한계 상황에 놓인 좀비 자영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방역 체계 개편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