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용을 놓고 민주노총과 쿠팡 간에 논란이 뜨겁다. 민주노총은 쿠팡의 ‘물류센터 내 휴대전화 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철회를 촉구하면서 작업장에 휴대폰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훼손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쿠팡 측은 근로자의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 중에만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고, 국내외 여러 기업에서도 안전을 위해 같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느 쪽의 말이 맞을까. 어떠한 권리이든 규범 조화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근로자의 권리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작업특성상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근로자의 권리는 과도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다. 기업은 기업질서유지의 일환으로 작업자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규칙을 설정할 수 있고,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설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쿠팡의 휴대폰 반입금지조치는 기업의 안전배려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조치로 보인다. 선제적인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고 칭찬을 받아야 할 조치가 노조 측으로부터 근로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기업으로 비판받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류창고 내에는 지게차, 롤테이너, 전동 핸드자키 등 물품을 적재하거나 운반하기 위한 장비들이 24시간 운영된다. 대형 간선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들면서 수백 킬로그램이 넘는 물품이 운반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잠깐의 방심은 큰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안타까운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한 물류센터에서 지게차 운전자가 운전 도중 문자메시지 알람이 뜬 것을 보고 고개를 내려서 휴대폰을 봤고, 이로 인해 동료 직원이 지게차 앞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해 사망한 사례도 있다. 작업 중 휴대폰 사용이 위험하다는 것은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미국의 통계분석 및 리서치 전문기관인 ‘스타크 스태티스티컬(Stark Statistical)‘이 지난해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작업장에서의 휴대전화 사용 사고 중 50%가 인명피해, 59%가 재산피해로 이어졌다.

쿠팡이 휴대폰 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도 아닐진대 작업 중 휴대폰 사용금지를 비판하는 것은 노조가 위험감수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휴대폰을 휴식시간 등에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되 작업시간 중에만 개인사물함에 보관토록 하는 조치가 인권에 역행한다는 주장은 ‘선택적 정의’이다. 업무시간 내에도 연락할 일이 있으면 휴대폰이나 유선통선장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외부에서 작업자에게 급하게 전달할 일이 있으면 물류센터를 통해 연락이 닿을 수 있는데도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안전을 고려한 균형 잡힌 사고라고 볼 수 없다.

실제 국내외의 적지 않은 선진기업에서 안전사고 방지와 보안 등의 이유로 작업장 내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고 있거나 사용금지가 용인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Boeing)사는 ‘노 카메라 룰(No Camera Rule)’을 시행하고 있다. 사업장 내에서 휴대폰을 비롯한 다른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규칙이다.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근로자 안전 보호와 회사의 보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휴대폰 반입 금지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민주노총의 '선택적 정의'를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이유
국내에서도 볼보건설기계코리아가 작업자의 주의 분산으로 인한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근무 중에는 휴대폰을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고, 휴식시간 및 퇴근 시간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보안상의 이유로 생산시설이나 연구실 출입 시 휴대폰 반입을 일절 금지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최대 11t에 달하는 간선트럭과 지게차 등이 수시로 드나드는 위험한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작업자의 편의를 위해 안전을 볼모로 삼는 일만큼은 우리 사회가 용인해서도 안 되고 타협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