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와 한화에너지가 주축이 된 코리아컨소시엄이 5조5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에 사실상 성공했다. 대규모 발전소 건립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하고 있는 베트남은 국내 에너지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가스公, 5.5조 베트남 LNG발전 수주 임박
5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한국남부발전, 한화에너지, 베트남 T&T그룹이 꾸린 코리아컨소시엄이 지난달 7일 베트남 꽝찌성 지방정부가 진행한 1500㎿ 규모 하이랑 LNG발전소 프로젝트에 단독으로 입찰제안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코리아컨소시엄이 현재 단독 협상을 진행 중으로 프로젝트 수주가 확실시된다. 이번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GS에너지가 지난 3월 베트남 남부 롱안에 3GW 규모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로 한 것에 이어 두 번째 LNG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하이랑 LNG발전소는 베트남 중부 해안지역인 꽝찌성에 120만㎡ 규모로 지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1단계 사업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1500㎿ 규모의 LNG발전소를 건설한다. 사업비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2, 3단계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해 발전소 규모를 총 4500㎿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다. 총사업비는 약 5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베트남 정부의 최종 승인 단계가 남아 있다”며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국산 기자재 수출 등 부수 효과도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컨소시엄은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각 회사가 가진 역량을 끌어모았다. 국내 천연가스 도매 사업자인 가스공사는 LNG 터미널 건설과 운영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고 있다. 남부발전은 국내 총 발전설비용량의 약 10%를 가동하는 발전공기업으로, LNG발전소 건설·운영·기술지원 분야 노하우가 풍부하다. 태양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화에너지는 베트남 지역의 튼튼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체 사업 개발을 맡았다.

코리아컨소시엄은 하이랑 LNG발전소 수주를 토대로 베트남 에너지 시장에서 사업 영토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한화에너지는 2019년 6월 베트남 에너지 회사 BCG(Bamboo Capital Group) 지분 10%를 매입해 태양광 사업권을 확보했다. 베트남이 가장 공격적으로 설비 규모를 늘리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가스공사도 미국의 베트남 투자 전문회사 에너지캐피털베트남과 공동으로 빈투안성 무이께가 지역에 3600㎿ 규모 LNG복합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전력난이 심화하고 있다. 재작년 여름에는 순환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변경하는 연료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등 전력설비 확충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베트남의 총 발전설비용량을 2020년 기준 69.3GW에서, 2030년 137.7GW, 2040년 233.8GW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LNG발전소가 전무한 베트남 전력 시장에 국내 기업을 통해 LNG발전 보급의 주춧돌을 놓는다는 의미가 있다. 베트남은 2025년까지 4.1GW, 2045년까지 59GW 규모로 LNG발전소를 확충해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할 계획이다. 2040년 기준 태양광(42.3GW), 풍력(45.9GW), LNG(47.8GW) 모두 40GW 이상 확보하는 게 베트남 정부의 목표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대에 달하고,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국내 에너지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정의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