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가전업체 영업점에서 소비자들이 매장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한경 DB
서울 시내의 한 가전업체 영업점에서 소비자들이 매장 직원으로부터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한경 DB
최근 가전 영업점을 찾은 예비신부 이지은 씨(30)는 LCD TV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올초 결혼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구경 삼아 들렀을 때보다 20%가량 뛰었기 때문이다. LCD TV 55인치 가격은 지난 1~2월만 해도 120만원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150만원 선까지 올랐다. 이씨는 “TV 가격은 갈수록 떨어진다고 듣고 결혼식 직전까지 미루다가 사려고 했는데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23%, LG전자 20% 상승

어? 연초보다 올랐네…'TV 가격공식' 깨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전년보다 20%가량 올랐다. 두 회사의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가 23%, LG전자는 19.5% 상승했다. 통상 TV 가격이 같은 모델인 경우 생산 설비의 감가상각과 부품가격 인하 영향으로 매년 5%가량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승폭이다. 2011년 이후 두 회사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떨어지는 추세였다. 두 회사 모두 LCD 패널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이라고 불렸던 2017년에도 TV 가격은 전년 대비 10% 오르는 데 그쳤다.

TV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은 수요 급증에 따른 LCD 패널 가격의 고공행진과 반도체 부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LCD 패널 가격은 중국 업체들이 대량 양산에 나서면서 2019년 말까지 하락하는 추세였다.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2019년 초 140달러대에서 같은 해 11월 100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펜트업(보복) 소비가 늘어나면서 LCD 패널 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해외여행 대신 가전과 인테리어 등으로 소비 방향을 돌리면서 대형 LCD TV 구매가 늘었다. 지난해 말 175달러였던 55인치 LCD 패널 가격은 올해 7월 228달러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 가격이 전년 대비 약 66%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로 가격이 지난해보다 20~30%가량 오른 것도 TV 제조원가를 끌어올렸다. LCD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은 수요 급증으로 물량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형·프리미엄 제품 강화

가전업계에서는 TV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월 들어 LCD 패널 가격이 떨어지긴 했지만 TV 생산공장이 밀집한 베트남이 코로나 델타 변이 여파로 부분 폐쇄와 가동을 반복하면서 생산 여력이 크지 않아서다.

각 기업들이 하반기 프리미엄 가전을 중심으로 판매전략을 짜면서 TV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펜트업 수요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 원가 대비 수익성이 높은 초대형·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마케팅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특수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한 데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TV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며 “초대형 제품 판매 비중을 늘려 시장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현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영업전략이 감지된다. LCD TV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 크기의 OLED TV와의 가격 차이가 지난해 40만~50만원에서 최근 2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 한 가전업체 영업점 매니저는 “소비자들에게 OLED TV 구매를 설득하는 게 더 수월해진 데다 홈엔터테인먼트와 홈트레이닝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춰 초대형 TV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