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SNU홀딩스' 초대 이사회 의장에 권오현

지주사, 대학서 완전 독립
투자전문가 서동규 CEO 맡아
교원 창업기업 지분 5% 보유
전문 자회사 통해 벤처투자 계획
부동산·특허 활용 사업도 추진

위기의 서울대, 경쟁력 키운다
“대학에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이 나와야 학교도, 한국 경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올초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오세정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간곡한 부탁을 받았다. 서울대가 지주회사인 SNU홀딩스 법인을 설립하는 데 힘을 보태달라는 얘기였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비슷한 시기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은퇴 후 조용히 살고 싶다”는 권 전 회장의 고사에도 오 총장의 의지는 강했다.

끈질긴 요청에 권 전 회장은 한 가지 조건을 걸었다. “SNU홀딩스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최고의 전문가들로 이사회와 경영진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 총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권 전 회장은 SNU홀딩스 추진위원회에 이름을 올렸고 이사회 의장까지 맡게 됐다.
신경훈 기자

신경훈 기자

최고 전문가로 ‘서울대 회생 프로젝트’
산업·벤처·투자 거물 '서울대 구원투수'로…민간 혁신DNA 심는다

31일 서울대에 따르면 SNU홀딩스의 이사진은 의장을 맡은 권 전 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김용진 기획처장과 강준호 사범대 교수 등 2명으로 나머지 5명은 모두 산업계와 금융계를 대표하는 외부 전문가로 꾸려졌다.

이사진에는 국내 대표적인 초기투자 전문 벤처캐피털(VC)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인 송 대표는 컬리, 직방, 당근마켓 등 유니콘 기업을 키워낸 VC업계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삼일PwC회계법인 부문 대표를 지낸 서동규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사로 참여한다. 그는 20년 넘게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신사업 진출 등 기업들의 굵직한 사안에서 자문을 맡아온 투자 전문가다. 이사회 구성원은 아니지만 SNU홀딩스 설립 과정에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등 산업계 거물도 참여했다.

산업(권오현), 벤처(송은강), 투자(서동규) 등 업계 스타들로 구성된 SNU홀딩스 이사회의 구성은 ‘변화’를 갈망하는 서울대의 의지와 초대 사령탑을 맡은 권 전 회장의 철학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서울대는 2011년 국립대의 틀에서 벗어나 법인으로 전환했지만 10년이 지나도록 해외 경쟁 대학에 비해 재정 규모는 물론 자립도도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인 전환 후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2016년 이후 5년간 서울대의 연간 총수입(약 8000억원)에서 수익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안팎에 불과했다.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출연금 비중이 여전히 54~58%에 달했다. ‘무늬만 법인화’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부실한 재정은 서울대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에 따르면 서울대의 대학순위는 2012년 37위에서 2020년 36위로 한 계단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아시아 순위는 4위에서 14위로 추락했다. 한때 도쿄대, 베이징대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명성이 무색해진 셈이다.
‘창업→수익→재투자’ 선순환 구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는 1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올 2월 지주회사 SNU홀딩스를 설립했다. 정부출연금과 등록금을 제외한 1000억~2000억원 규모의 수익 사업과 6000억원가량의 서울대 자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서울대법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NU홀딩스의 핵심 기능은 서울대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한 창업과 투자다. 서울대는 작년 말 교원 창업 시 기업 지분 5%를 의무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해 양도하도록 창업 규정을 고쳤다. SNU홀딩스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SNU벤처스를 설립해 매년 10~20개씩 생겨나는 교원 창업 기업의 지분을 관리하고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서울대법인으로 옮겨 교육·연구를 위해 쓰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SNU홀딩스는 학내 특허와 부동산 등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수익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 강원 평창, 경기 시흥 등의 캠퍼스 인근 부지를 활용한 부동산 개발 등도 고려 중이다. 현재 60 대 26 대 14인 출연금·등록금·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50 대 25 대 25로 조정한다는 게 서울대 측의 계획이다.

황정환/박신영/김남영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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