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렌딧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김성준 렌딧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금융회사는 돈을 빌려줄 때 대출 희망자의 신용등급을 따진다. 연봉 수준, 자산, 대출잔액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다. 시중은행도 비슷하다. 대출 금리는 평균 연 3~7% 수준(7월 일반 신용대출 기준)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우면 보통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최고 연 20%까지 올라간다. 은행 기준으로 신용점수가 부족한 대출 희망자의 이자 부담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렌딧은 이런 금융 소외계층을 타깃으로 창업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정보기술(IT) 개발 인력이 전체 직원의 40%를 넘는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31일 “머신러닝, 빅데이터 등 각종 IT로 신용평가 분석 수준을 높였다”며 “렌딧만의 신용평가 모형으로 중·저신용자에 맞게 이자를 책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설립된 렌딧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P2P 금융업의 법적 명칭)’ 1호 스타트업이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은 돈이 필요한 대출 희망자와 돈을 빌려줄 수 있는 투자자를 이어주는 사업이다.

대출업계 기준으로 보면 렌딧은 국내 중금리 대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 중에는 고금리의 제2금융권을 가야 할 정도로 신용등급이 낮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렌딧은 관련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신용정보, 금용기관 기록 등 300개가 넘는 각종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신용점수를 산출한다. 은행보다 신용평가 시스템이 정교한 이유다. 예를 들어 과거 1년 동안 신용카드 사용액이 총 1200만원으로 같다면 기존 금융권에선 이와 관련해 어떤 경우에도 비슷한 신용점수가 나온다. 하지만 렌딧처럼 월별 변수값을 추가로 적용하면 1년 동안 신용카드 사용 총액이 같아도 매월 100만원씩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용점수가 달라진다.

돈을 빌려주는 투자자로서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렌딧의 신용평가 시스템은 돈을 빌린 사람의 신용 수준을 분석해 대출 반환과 이자 납입의 부도율도 떨어뜨린다. 김 대표는 “투자 수익률이 연 6~7% 수준으로 은행보다 높고 주식과 펀드보다도 안정적”이라고 했다. 렌딧은 누적 대출 취급액은 2300억원을 넘겼다.

렌딧은 지난 6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1호 업체로 등록했다. 김 대표는 창업 때부터 P2P 사업의 법제화를 주장했다. 렌딧은 정부와 국회 등을 꾸준히 설득했다. 2019년 P2P 금융업을 규율하는 법이 세계 최초로 국회를 통과했다. 김 대표는 “P2P도 금융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렌딧은 7월 H&Q코리아로부터 504억원을 투자받았다. 김 대표는 “개발자를 추가로 채용해 신용평가 모형과 비대면 금융 플랫폼 고도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