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갤럭시Z플립3와 Z폴드3 등 3세대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전격 증설하기로 했다. 신제품을 공개한 지 20여 일 만이다. 폴더블폰 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외형)를 앞세워 스마트폰 시장 새판 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폰 생산능력을 현재 연 1700만 대에서 연 2500만 대로 50% 안팎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 의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박닌공장에 하반기 장비를 투입해 이르면 연말, 늦어도 2022년 초부터 증설 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생산능력이 폴드 모델 기준 약 1000만 대, 플립 모델은 150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미 지금도 완전 가동에 버금가는 수준이어서 증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1차적으로 7개 모듈 라인을 10개로 늘린 뒤 글로벌 수요를 봐가면서 생산능력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이 폴더블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신제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겁기 때문이다. 1주일간의 국내 사전 예약에서 92만 대가 신청돼 작년 1월 출시된 갤럭시S21의 사전 예약보다 1.8배 많았다. 사전 개통 첫날 건수(27만 대)는 역대 삼성 스마트폰 중 최다를 기록했다. 미국 사전 예약이 올해 1~7월 2세대 폴더블폰 판매량을 넘어서고 중국 예약도 1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해외에서 ‘역대급’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2019년 1세대 폴더블폰을 내놨지만 세계적으로 50만 대 파는 데 그쳤다. 지난해엔 2세대까지 내놨지만 1, 2세대를 합친 판매량 역시 200만 대에 머물렀다. 삼성이 ‘3수’ 끝에 폴더블폰을 스마트폰 주류 시장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올해 스마트폰용 폴더블 패널 출하량 예상치를 6월 892만 개에서 8월 1038만 개로 두 달 만에 약 16% 높여 잡았다. 내년 전망치는 1640만 개로 6월 전망 대비 14% 높였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의 대중화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서민준/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