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 업계에서 업비트의 독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29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5시 5711만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4635만원)보다 23.2% 올랐다. 사진은 서울 강남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암호화폐 시세. 한경DB
암호화폐거래소 업계에서 업비트의 독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29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오후 5시 5711만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4635만원)보다 23.2% 올랐다. 사진은 서울 강남 업비트 라운지 전광판에 표시된 암호화폐 시세. 한경DB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시장에서 ‘업비트 독주 시대’가 열리고 있다. 불과 3년 전인 2018년 당시 부동의 1위였던 빗썸을 처음으로 추월한 뒤 격차를 5배 이상으로 벌렸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에 따라 다음달 24일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사실상 폐업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업비트는 국내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요건을 갖춰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업비트가 공동창업자들과 카카오가 협업하는 안정된 지배구조를 통해 각종 시스템에 투자하면서 경쟁력을 갖춘 반면 2위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 등으로 서버 다운 등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업비트, 총거래액 80% 차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업비트의 지난달 말 이용자 예치금 잔액은 5조2678억원으로 빗썸(1조349억원)의 5.1배에 달한다. 3, 4위 거래소인 코인원(2476억원)과 코빗(685억원)을 합쳐도 업비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실적도 격차가 크다. 업비트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으로 5440억원을 벌어들였지만 2위 빗썸은 2502억원으로 업비트의 절반에 그쳤다.

신규 가입자도 업비트에 집중되고 있다. 4월부터 지난달까지 석 달간 업비트 신규 가입자는 177만5561명으로 같은 기간 빗썸(45만175명), 코인원(17만1446명), 코빗(4만4864명)을 합친 수보다 2.6배 많았다. 업비트 거래량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9일 오후 2시 기준 업비트 거래액은 12조1235억원으로 빗썸(1조1667억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엎치락뒤치락하며 1위를 다퉜다. 업계 관계자는 “2018년 초 코인 급락장에서 빗썸 서버가 잠시 마비된 영향으로 당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불만이 터지면서 사고가 없었던 업비트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9년 11월 업비트에서 당시 기준으로 1260억원어치 암호화폐가 유출되는 해킹 사건이 터지며 지난해 초까지 빗썸이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엇갈린 희비…“핵심은 지배구조”

업비트는 지난해 6월 빗썸을 다시 역전했다. 이후 빗썸이 지난달 기준 사용자 수를 82만 명 늘리는 동안 업비트는 419만 명을 확보했다. 업비트가 이처럼 2위 그룹과의 격차를 급격하게 벌린 것은 ‘안정된 지배구조’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많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공동창업자인 송치형 의장과 김형년 부사장이 각각 25.4%, 13.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 초창기부터 두나무에 투자한 카카오와 계열사들은 총 21.3%를 가지고 있다. 이석우 전 카카오 대표가 업비트 최고경영자(CEO)로 나서 두나무와 카카오의 협업체제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코인 거래 80% 독주 '업비트', 불과 5년 전엔…반전 과거
반면 빗썸에서는 ‘지난해부터 사업을 주도할 오너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올 만큼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일이 잦았다.

“잡코인 무더기 상장…독점 우려도”

업비트 성장 이면에는 ‘무더기 코인 상장’ 영향이 한몫했다는 비판도 있다. 현재 업비트에 상장된 코인은 147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2017년 코인을 무더기 상장하면서 거래량을 늘리자 다른 거래소들도 이를 따라가면서 사기성 짙은 ‘잡코인’들이 판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들의 사업자 신고가 불투명해져 이 같은 ‘초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4대 거래소 가운데 업비트만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 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2·3·4위 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 코빗은 실명계좌 계약을 확보하지 못해 신고가 불투명하다. 업계는 업비트 독주체제가 굳어질 경우 독과점에 따른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거래소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한두 곳만 살아남으면 당장은 문제될 일이 없겠지만 향후 거래 수수료 등에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