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기금 신청 요건 완화 '하세월'…정부, 금융지원 '신중'
코로나 장기화에 정부 지원 애타는 LCC…자구책 한계 임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지만, 올해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 지원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LCC 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빠지기 전 선제적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지원받기 위해 금융당국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아직 지원 여부는 물론 규모, 금리 등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439%에서 올해 2분기 1천218%로 급등했다.

다음달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추진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재무 불안정성을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기안기금을 지원받더라도 고금리로 인해 제주항공의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기안기금 321억원 중 257억원을 금리 2.98%로 대출받았다.

하지만 올해 기안기금을 지원받는다면 대출 금리는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금리였던 7.3%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2019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가 결정됐지만,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한 지난해 또는 올해 재무제표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기안기금을 신청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기안기금 신청 조건이 총차입금 5천억원 이상, 근로자 수 300명 이상으로 제한돼 진에어와 티웨이항공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항공·해운 등 기간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기안기금이 높은 신청 '문턱'으로 정작 자금난을 겪는 LCC에 지원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항공업계 등 산업계뿐 아니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금융당국에 지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기안기금 지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기업으로 한진그룹이 있고 1천83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앞둔 진에어는 그나마 올해 버틸 '체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미 유상증자를 한 티웨이항공은 당장 올해 3분기부터 재무 구조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가 올해 3월 발표한 LCC 대상 2천억원 정책 금융 지원도 발표 5개월이 지난 현재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당시 실사 등을 거쳐 지원 시기와 규모를 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금융 지원이 항공사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가능성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CC가 유상증자 등의 자구책을 시행할 여력이 있는 만큼 금융 지원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LCC 한 관계자는 "회사가 위기일 때 긴급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실사 등 절차적 준비라도 해야 한다"며 "인공호흡기 달기 직전에 치료해서는 늦을 수 있다.

그전에 MRI나 CT 촬영이라도 먼저 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