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6일(15:4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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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업체 F&F가 주식·채권 시장 모두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 와중에서도 디스커버리·MLB 브랜드를 앞세워 외형을 키우고 있는 데다 '노세일(No-Sale)' 정책으로 적정한 판매 마진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서다.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 인수에까지 참여해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신규 사업 투자로 재무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어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대형 증권사에 F&F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문의하는 자산운용사·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F&F는 올 5월 옛 F&F(현 F&F홀딩스)로부터 인적 분할돼 설립됐다. 라이선스 브랜드 위주로 캐주얼·아동복·아웃도어 의류 제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F&F는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공개모집 형태로 회사채를 발행한 이후 채권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당시 회사채 신용등급은 BBB. 하지만 20여년 동안 공식적인 신용등급 평가를 받지 않아 현재 신용등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F&F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에 A2-, 한국기업평가는 A2를 부여했다. 이에 비춰볼 때 F&F가 회사채를 발행한다면 A급 수준에서 신용등급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성장 가능성이 긍정적으로 반영되면 A급 상단에서 신용등급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신용등급조차 제대로 책정되지 않은 F&F의 회사채에 기관투자가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부침 없는 성장세와 수익성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다수 패션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나고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패션 업체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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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F&F는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600여개 매장을 토대로 백화점, 면세점, 가두점 등으로 매출 비중이 분산돼 있고, 노세일 정책과 중고가 가격을 고수해 17~18%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상설점을 통해 이월 재고를 비교적 빠르게 소진하고 있어 유통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특히 MLB 브랜드는 중국 현지 유통망을 확대하고 판매량이 늘면서 높은 성장률이 점쳐지고 있다. F&F는 올 7월엔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신규 사업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올 2분기 F&F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7.3%, 268.1% 증가한 3124억원, 754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다. 중국 매출만 약 1500억원에 달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은 F&F의 목표주가를 앞다퉈 높여 잡고 있다. 대신증권과 KTB투자증권은 목표주가로 85만원을, 메리츠증권은 9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F&F의 주가는 올 8월 들어서만 이날까지 22.6% 뛰었다. 시가총액은 이달 들어 5조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주가 상승이나 신용도 상향 전망이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은 복종 포트폴리오가 캐주얼, 아웃도어, 아동복에 집중돼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의 경우 매출 비중은 크지만 동절기 기온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있다. 실제 2018년엔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인해 매출이 감소해 판매관리비 부담이 커져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기도 했다. 소수 브랜드에 매출이 편중돼 있어 앞으로 패션 트렌드 변화나 라이선스 계약의 연장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 인수 참여로 재무부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6월 말 별도 기준 F&F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796억원, 부채비율은 57.5%다. 하지만 올 7월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참여하면서 4000억원 규모의 순차입금이 증가했다. 올 6월 말 기준 F&F의 현금성 자산과 금융상품은 1406억원 정도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내수 경기와 주력 브랜드의 시장 지위 변동과 함께 테일러메이드 지분 추가 인수 여부 등에 따라 신용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